순간적이었지만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
30개월인 아이는 요즘 들어 더 애교가 많아졌다. 특히, /안아줘/, /엄마 사랑해요/, /엄마 예뻐/ 이런 말들을 자주 해주는데 나의 반응은 나의 피로도나 기분에 따라 달라질 때가 많다. 글을 적다가 보니 더 미안해진다.
애교가 가장 많아지는 때는 아무래도 자기 전이다. 침대에 같이 누워 있다가 잠이 오면 나에게 와서 머리를 들이밀기도 하고 아빠에게 가서 /아빠 바지에서 좋은 냄새가 나/ 말을 하면서 안기기도 한다. 그러한 행동을 가르쳐준 적은 없는데 사랑받고 싶어 하는 본능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 같다.
어제는 태풍은 다행히 조용히 지나갔지만 날씨가 우중충하고 습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었던 단어였던 '불쾌지수'가 최정점이었다. 그리고 신랑은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생각해보면 신랑이 야근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데 나는 신랑에게 이미 짜증지수가 높아진 상태였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힐 곳은 집 앞 하천인지라 아이와 함께 산책을 했다. 산책을 했는데 너무 더워서 마스크 밑으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집에 들어와서 얼굴을 씻고 아이는 간단히 몸에 물을 축였다. 그리고 아이에게 시원한 과즙 음료를 주고 나 또한 침대에 잠시 누웠는데 아이가 어느새 내 옆으로 왔다.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얼굴에 아이 손이 날아오는 것 같았다. 아이의 손바닥으로 얼굴을 정말 정면으로 맞았다. 별생각 없이 관심을 끌려는 의도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순간적으로 나도 방어가 나왔다. 아이의 등짝을 때린 것이다. "야! 엄마가 하지 말랬지! 사람 얼굴 때리는 거 아니라고 했지.!"
놀란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베개를 베고 누웠다. 나도 나의 행동에 너무 놀라서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간단히 씻고 난 이후에도 아이는 집안을 그 사이에 왔다 갔다 하던 터라 이미 등에 땀이 끈적끈적한 상태였고 그 상태에서 나에게 무언가 같이 놀자고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도 몸이 너무 축 늘어졌던 터라 아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읽어주고 싶지가 않았다.
아이의 등을 확인해보니 손바닥 자국이 올라오고 있었다. 등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딩젤을 계속 발라주고 땀을 식혀주니까 다행히 30분 만에 손바닥 자국이 사라졌다. 핑계를 대자면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동안 아이에게 얼굴을 맞고 머리카락을 뜯기는 횟수가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었는데 어제는 나의 감정이 방어와 함께 행동으로 표출된 것 같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등이 빨갛게 부어오른 사진만 보았다면 이게 바로 학대가 되는 거라는 생각을 하니 너무 무서웠다. 순간적으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 적은 있었지만 손을 댄 것은 처음이었다.
주변 엄마들이 아이에게 훈육을 시작하고 맴매를 들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해도 나는 절대 체벌만은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다짐이 아이에게 얼굴을 한 대 맞은 날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아이의 등은 흔적이 없이 깨끗해졌지만 혹시나 마음에 상처가 남았을까 봐 겁이 났다.
신랑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다행히 신랑은 나의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그럴 때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아. 나쁜 의도로 사진이라도 누군가 찍었다면 어쩔뻔했어.' 이 말속에는 앞으로는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현장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았던 행동이 왜 내 아이에게는 순간적으로 나온 걸까. 지금은 등짝 한번 때린 것으로도 이렇게나 죄책감이 남는데 혹시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이러한 패턴이 익숙해져있을까 봐 그게 제일 겁이 났다.
엄마가 되고 난 이후로 이러한 순간이 늘 가장 무섭고 자괴감에 빠지는 것 같다. 상담을 하는 엄마로서 내 아이에게 더 잘하는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더 예민해지고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때가 가끔 찾아온다. 초반에는 외부적 요소, 그러니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해져서 그림책 모임을 자주 못 나가니까 내 마음이 더 피폐해진 거야! 이렇게 핑계를 둘러대다가 속으로 깊숙이 혼자만이 감정에 빠져들면서, '그래, 나는 정말 나쁜 엄마야!'이런 생각으로 결말을 매듭짓는다.
"어머님, 절대 죄책감 갖지 마세요. 지금까지도 너무 잘 해오셨는걸요." 내가 아이를 낳고 난 이후 초기상담 때 가장 많이 전달드리는 메시지다. 그런데 정작 나에게는 이러한 말을 해준 적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어렵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육아와 진학의 관문들이 여전히 두렵다.
외부적인 요소들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라면 외부적인 요소에서 스트레스 해소 요소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외출이 제한돼버린다면 온라인 안에서 zoom으로 그림책 모임을 할 수도 있을 거고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소소한 소품들을 하나둘씩 장만해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엄마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 어쩌면 혼자만으로는 정말 힘든 과제일지도 모른다. 아내가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주말에 자유시간을 주는 것도, 가족끼리 드라이브로 근교 호수공원이라도 저녁 즈음에 잠시 다녀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현장에서 부모상 담을 숱하게 하면서 여러 가지 언어 자극을 주는 방법들을 안내해드렸지만 어쩌면 어머님들 앞에서 나는 더 부족한 엄마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해드리고 싶다. 지금까지 너무나 잘 해오셨다고. 지금도 잘하고 계시다고.
아이에게 순간적으로 등짝 스매싱을 날린 것은 실수이기 전에 나의 잘못된 행동이었다. 그러한 행동이 또 한 번 나오기 전에 마음을 잘 돌보아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