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방법.

<말하기를 말하기, 김하나, 콜라주>를 읽고.

by 말선생님

언젠가부터 서점에 가면 늘 눈에 띄었던 책이 있었다. <말하기를 말하기, 김하나 산문, 콜라주> 책이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여도 에세이를 읽고 실망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책을 사지 않았었는데 동네서점 스페셜 에디션 표지를 보자마자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우린 만날 운명이었어.!


동네서점의 장점이다. 아기자기함. 택배에서조차도 느껴진다.


말을 잘하는 방법인가? 아니면 작가가 말을 잘하게 된 여러 가지 방법들을 기록한 책인가? 내용이 궁금했다. 당연히 나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이름하여 코로나 가정보육 기간인지라), 그래도 틈틈이 책을 읽어볼 수 있었다.


나의 예상대로 말을 잘하게 된 여러 히스토리에 대한 내용도 있었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작가님이 미혼이신 점, 그리고 룸메이트와 고양이들과 살고 계신다는 점은 육아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의 상황과는 달랐지만, 신기하게도 책의 내용에 있어서는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좋은 책이란 이렇게 독자가 읽었을 때, 독자의 상황과 작가의 상황을 비교하는 빈도가 낮은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이야기에 독자의 상황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빠져들 수 있는 책이야 말로 좋은 책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 또한 말을 잘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직업이 언어치료사지만 늘 상담은 어딘가 막히는 기분이 들었고 특히 직장에 사원증을 달고 소속되어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에 늘 어려움을 겪었다. 어찌 보면 여자들이 많은 직장 생활에 넌덜머리가 난다고 생각되었던 때도 있었는데 그 또한 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공간에 있지 않은 다른 사람을 안주거리로 삼아 이야기를 하는 것, 안주거리까지 아니어도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도 동료 누군가의 험담을 하는 직장문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또다시 생각을 해보자면, 이건 '여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직장을 퇴사하고 프리랜서가 되어서 낮에 카페에 가서 일을 하다 보면 남성분들이 무리를 지어서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또한 타인이 대화의 소재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말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사람은 감정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더 말의 조절이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으면 마음이 시원해지고 기도를 열심히 한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만큼 상대의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주변엔 자신의 이야기만 신나게 하는 사람들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책에선 이를 '대화의 에너지 뱀파이어(117p)'라고 표현했는데 나 스스로도 반성하게 되었다.


필명도 '말선생님', 블로그 이름도 '말선생님 언어치료'라고 했지만 나는 정말 언어치료실 안에서만 '말선생님'인 것 같았다. 일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오히려 내가 말 학원을 다녀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 해보았다.


특히, 말하기에 있어서 직장생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시 '여자', '여성'으로 주제가 전환될 수도 있는데,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어서의 '말하기'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예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남편과 오래간만에 식사를 하면서 추석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처음에 결혼하고 명절에 시댁 갔을 때, 나는 설거지를 하는데 도련님은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는 모습에 조금 괴리감을 느꼈어."라고 운을 띄웠더니 신랑이 공감을 하는 듯 안 하는 듯 이 참에 여성연대를 만들어보라며 구호까지 만들어주었다.

조금 더 당당함과 말하기에 센스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첫 명절 상황에서도,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지혜롭게 나의 입장과 생각을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3월과 10월의 이혼율이 가장 높다는 통계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는 여성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가에 가는 것이 불편한 사위들도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에게 '말하기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쳤던 부분은 '여성들은 일에 있어서 지나치게 겸손하다'는 부분이었다. 남성들은 회사에 자신의 공을 최대한 어필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여자들은 '운이 좋아서'라는 말에 자신의 공을 감추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였다.

이 또한 성을 구분하는 발언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아왔던 경우도 그랬던 것 같다. 한 편으로는 내가 조금이라도 내 공을 어필하면 나 또한 안주거리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 그 선생님, 그래도 진짜 당당하던데요? 자기가 했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대화 속에서 내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지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와 닿았던 것!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는 참 소중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침묵을 나눌 수 있는 사이다.(167p)


우리는 어색할수록 최대한 다양한 주제 거리를 끌어모아서 대화의 공백을 채우려고 하는 것 같다. 소개팅에서도 그러하고, 이직을 했을 때 처음 동료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그러한 것 같다. 그런데 상대방과 '친해졌다'는 의미는 대화에서의 침묵이 어색해지지 않는 사이가 될 때라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말하기에 있어서는 무조건 당당하게 내 목소리를 내서도, 마냥 침묵을 지켜서도 안된다. 적절하게 상황에 따라, 상대방에 따라 지혜롭게 말을 해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남편 이외에 상대방에게 싫은 말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오히려 그렇게 살아왔던 방식이 나의 관계를 더 망친 경우가 많았다.

내 표정에서 불만이 드러나는데 입은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하는 상대방도 내가 불편하고 결국 관계가 깊이 이어지지 못한 경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혹시 '말하기의 지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감히 덧붙이자면, 최근에 읽었던 개인 에세이 중에서, 특히나 아이 엄마 입장에서 읽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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