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을 추천합니다!

동네책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기를 느껴보세요.

by 말선생님

출산 이후, 그림책에 빠져들게 되면서 꼭 하고 싶었던 리스트 중 하나가 온이와 함께 그림책방에 가는 것이었다. 당시에 코로나는 없었지만 운전 면허증도 없었던 터라 이제 막 18개월도 되지 않은 온이를 아기띠로 안고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동네 책방이 숨어있는 줄 전혀 알지 못했던 나는 가는 여정에서 마치 소풍을 가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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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이 가장 많았던 임신 당시에는 책방에 큰 관심이 없다가 아이를 출산하고 자유가 없어지고 나서야 책방 투어에 빠지게 되었다. 어찌 생각해보면 코로나 이전에 아이와 함께 그리고 가끔씩 혼자 책방에 잠시라도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책방에 들어갔을 때 입구부터 느껴지는 오래된 책의 냄새가 너무 좋았다. 대형서점에서도 책 냄새가 가득하지만 대형서점보다는 조금 더 사람 냄새가 섞인 듯했다.




동네책방은 책방 주인의 따스함이 묻어 나온다. 굳이 대형서점과의 차이점을 따져보자면 책방 주인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나의 기분, 나의 상황을 나도 모르게 솔직하게 털어놓게 되고, 나의 이야기를 들은 책방 주인은 나에게 마치 약을 처방하듯 책을 처방해준다.

그림책방의 경우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명쾌한 답과 선물까지 양손 가득 얻어가는 듯한 공간이다. 육아의 여정을 나보다 더 먼저 걸어간 분의 큐레이션은 두꺼운 육아서를 읽은 것보다 훨씬 더 큰 가르침이 담겨있다.


좋은 날의 책방, 정자동.


신생아 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두려움은 세상과의 단절이었다. 우리 집 밖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는 공간은 스마트폰을 거치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신랑이 전해주는 직장 이야기, 세상이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정보를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보다 부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사회생활을 더 할 수 있을지, 다시 시작한다고 하면 언제일지, 요즘 사람들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가는지.

결혼 전 직장인 시절, 유행을 한 곳에 모아볼 수 있는 공간은 지하철 안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지하철 안에는 계절마다 바뀌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볼 수 있고, 개중에 비슷한 옷들을 모아 유행이라는 알고리즘을 내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안에 어떤 장면이 담겨있는지 잠시라도 보게 되는 경우엔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었다.

출산 후 몇 개월에서 몇 년의 시간은 그렇게라도 세상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아이의 세상에 갇혀서 오히려 나 또한 아이가 되어가는 것만 같다. 유행도, 사회적인 이슈도, 모두, 그 가운데 아이가 있다.


동네책방은 그러한 나에게 세상을 알려준다. 그 공간에 머물러서, 베스트셀러 목록만 보더라도, 판매대 위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만 보더라도, 세상을 조금이라도 읽어낼 수 있다. 지난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강제 백수가 되었을 때에도, 완전 무장을 하고 찾아갔던 동네책방 매대 위에서 세상의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매대 위에 놓인 책들은 나에게 브랜딩에 대한 동기화를 불어넣어 주었고,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뒤쳐질 것 같은 두려움을 위로해주었다. 괜찮다, 나도 그 과정을 다 겪어왔다, 누구나 다 처음이다, 글을 쓰면서 나를 조금씩 브랜딩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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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주변에서 책 사는 돈이 어디서 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질문하지는 않았지만, 질문의 의도는 그러했다.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책을 사면 말 그대로 통장이 텅장이 된다. 동네책방이 집 근처가 아니다 보니 때로는 택시비가 더 나올 때도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한여름과 한겨울 날씨를 견뎌내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이 시간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 시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은 명품으로 충전하고, 어떤 사람은 맛집 방문으로, 혹은 (코로나 이전에) 여행으로 충전을 하는데, 나는 책방 나들이를 가고, 책을 읽으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니까.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예약제로 책방을 운영하거나 책 정기구독 서비스 혹은 무료 배송비 서비스를 진행하는 서점도 많아졌다. 명품 가방이나 신발을 사는데 돈을 지출하지 않고 이렇게 건전하게 충전을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나만의 합리화를 세우며.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은 관계로 내일은 아이 등원 이후에 그동안 구입한 책들을 더 깊이 만나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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