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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다만사과수집가 Sep 07. 2017

하노이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고 분주히 시내를 쏘다니겠다고 다짐했지만, 눈을 떴을 때는 직감으로 시간이 꽤 흘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암막커튼이 쳐진 커튼 바깥으로 방방대는 클락션 소리가 거리를 꽉 채웠다. 지난밤 호텔에 체크인할 때는 차 한 대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던 그 적막한 거리를!


창문을 열었더니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셀 수 없는 숫자의 정수리가 스쿠터며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갔다. 폭이 좁은 건물들은 다닥다닥 늘어서 있었지만 어느것 하나 같은 모습을 하지 않았다. 집집마다 베란다엔 가득 가득 화분이 놓였고, 자세히 좀 살펴보면 남의 집 구경도 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맞은편 건물 1층에는 아디다스인지 나이키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 있을 법하지 않은 곳에 있었다.

머리에 삿갓을 쓰고 어깨엔 대나뭇짐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 왔다갔다 했다. 바구니에는 리찌며 망고가 가득 가득!


예감이 좋았다.

전날 밤,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려 찾아온 호텔 문이 굳게 닫혔을 땐 잠시 절망했는데, 알고보니 그럴 만도 했다. 오전 1시를 훌쩍 넘었던 것이다. 나는 부킹닷컴에서 예약을 하면서 도착 시간을 12시 이전으로 표시했던 것 같다. 문을 흔들어 보니 키가 조그만 청년이 눈을 부비며 일어나 불을 켜고 자물쇠를 따 주었다. 한 사람은 소파에서, 한 사람은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자던 중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에어콘이 고장났다고 했다. 바로 부근에 이름은 다르지만 같이 운영하는 호텔이 있으니 그리로 간다면 좀 더 좋은 방을 주겠다고 했다. 2분정도 걸어 도착한 곳이 지난밤 묵은 호텔이었다. 민폐를 끼쳤으나 사람들은 친절했다. 눈빛은 따뜻했고 자긍심이 묻어났다.


다음날 아침 이 호텔 로비로 돌아갔을 때 두 청년은 말쑥한 흰 와이셔츠를 입고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그곳이 집이면서 일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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