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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다만사과수집가 Mar 13. 2018

뮤지컬 <원스>

2014년 5월 어느날의 이야기 다시 쓰기

배우들이 퇴장한 무대에 그가 그녀에게 선물한 피아노만 남다. 이제 그녀는 이 피아노와 함께 자신의 삶을 더 아름답게 가꾸어 가겠지.


시작부터 끝까지 이름도 나오지 않는 두 사람. 둘은 서로를 알게 되고, 함께 노래하고,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다시 각자의 길을 간다. 그녀는 이제 그만 기타를 버리려고 하는 그를 잡아 세워 구겨버린 악보를 다시 펼쳐 노래하고, 그의 멜로디에 노랫말을 붙이고, 주저하는 그를 더 큰 세상으로 등 떠밀어 보내고는 다시 가족의 곁을 지킨다.  


그는 그녀의 청소기를 고치고, 그녀의 피아노에게 그녀가 하듯 “헬로”하고 속삭여 인사하고, 그녀와 함께 데모 앨범을 만들고, 더 큰 세상으로 가기 위한 종잣돈으로 그만 피아노를 사서는 그녀에게 남기고 떠난다.


모든 등장인물은 자기의 성격에 맞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한다. ‘그’가 연주하는 기타와 ‘그녀’가 연주하는 피아노 그리고 바이올린, 첼로, 만돌린, 우쿨렐레, 아코디언, 등등등. 첫 만남의 생소함, 떨림, 망설임과 결정의 순간 같은 것은 표정 몸짓 노래와 연주로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악기만큼 주인공들의 삶은 다양하다. 이들을 엮는 공통점은 삶에 대한 낙관과 희망. 취직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잔뜩 신이 나 정장을 준비했지만 면접 끝에 집에 들어와서는 울며 쓰러지는 이몬, 대출 상담을 받으러 온 ‘그’에게 ‘나도 보여줄 것이 있다’며 어설픈 자신의 노래를 들려 주곤 결국 녹음에 합세하는 은행가...하나하나 모두 마음에 불꽃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와 그녀가 이들을 모았을 때 불꽃은 터져 나와 음악으로 빛난다.


그와 그녀는 헤어지지만 뮤지컬의 막이 내릴 때 그저 슬프지만은 않은 건 모두 자기의 삶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 그는 런던에서, 그녀는 더블린에 남아, 각자의 몫을 잘 살아 가겠지. 그리고 이들에게 찾아왔던 불꽃은 힘든 순간들을 이겨낼 힘이 되어 줄 것을 알기 때문에.


웃다가, 울다가,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끝도 없이 박수를 치다가, 공연장에서 데운 심장이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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