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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자리 Mar 12. 2024

파묘

당신에게도 있을 수 있는 그 넘나 험한 것.

직업병이라는 게 이런 걸까요...

파묘를 보고 나오면서 자연을 온전하게 되돌리는 일이 비단 영화 속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심리상담이라는 작업이 대부분 내 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 때문에 만나게 되는 일이라 내가 하는 일도 어쩌면 파묘와 같겠구나 싶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가 있을 때 바로 보이는 것만 좋게 변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십니다.

또 많은 경우 그 문제가 해결되면 상담을 종결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하던 아이가 학교를 가게 되거나 집 밖에도 못 나가던 내가 조금은 불안을 내려놓고 직장일을 하게 되거나 증상이 조금 좋아지면 나아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기 쉽지만 실상은 언젠가는 또 반복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첩장. 영화로 처음 접해본 단어인데... 이런 게 있구나... 싶으면서도 이장하는 작업을 심리상담과 비유해서 표현하게 된다면 누구에게나 마음 깊은 곳에 무거운 철심 하나씩은 박혀있습니다.

바로 어린 시절에 경험한 그 험한 경험들이죠.


어린 시절에 엄한 부모님들의 갈등을 경험한 아이가 성실하고 순종적으로 자라게 될 때 아이는 부모님 말씀은 무조건 들어야 한다는 철심을 마음깊이 가지게 됩니다.

어려서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경험을 한 아이는 커서도 알 수 없는 외로움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남자가 아닌 여자아이로 태어나 천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남자처럼 씩씩해지거나 집안에서 주목할 만큼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죠.


이러한 사적신념들은 대부분 그들에게 좋은 매력과 강점을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 아픔을 공감해 주고 풀어내어 주지 않으면 강박처럼 그의 자유로운 성장을 방해하는 약점으로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정직해야 한다.

좋은 신념이지만 이것이 무서운 아버지의 목소리와 함께 내 안에 박히게 되면 말 한마디를 잘못했을까 봐 전전긍긍 조심하게 되기도 하고 자녀가 거짓말을 하는 걸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무섭게 혼을 내고 이성을 놓고 무섭게 다그치는 나를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마치 내가 오니가 된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사라져버리면 당신은 화장실이나 내방 화장대 앞에서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후회하며 자책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으셨을겁니다.


이런 시절의 사적신념.
생각보다 단호하고 엄격한 믿음으로
내 안에 뿌리를 내리는 데
이 신념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너무 강하면 강점과 함께 약점이 드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사람들과 나를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파묘를 잘못하면 다 죽을 수도 있다고...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저 어린 시절의 경험일 뿐이지만 이를 돌아보고 공감하여 풀어주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 치매인 상황에서도 어린 시절의 그 무서운 경험들을 반복해서 되풀이하는 어른들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묘만 좋은 곳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나의 잘못된 습관, 말투, 행동을 수정한다고 해서 그 근본적인 문제가 변화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그가 그때 경험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위로하고 자유롭고 편안한 곳으로 풀어주게 되면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문제들이 저절로 편안해지는 걸 상담현장에서 많이 체험하곤 합니다.


파묘...

상담심리사가 이 영화를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ㅎㅎ 싶으시겠죠.


누구에게나 마음 깊이 묻어버리고 다시 돌아보지 않고 싶은 그 험한 것들이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그 험한 것을 만나 보십시오.

그 험한 것이 슬픈 얼굴을 벗고 날개를 달게 되면 당신이 잊고 있었던 눈부신 날개를 달아주는

요정이 될지도 모릅니다.


참 여러 면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천만 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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