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배우는 깨달음

흙, 태양, 바람, 그리고 물, 온몸으로 내 몸의 근원을 만났죠.

by 마음자리

저는 강순례 때 온라인으로 소식을 전하는 일을 도왔었죠.

그 인연으로 오체투지 때도 함께 하게 됐어요.


강순례 때는 어떤 인연으로 함께 하시게 되신 건가요?


제안을 받아서 함께 하게 된 거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제가 답답해서 찾아간 거예요.

대운하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떻게든 강을 다 뒤집는 정책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TV에 여주 환경운동연합의 이항진 집행위원장이 나와서 대운하의 문제점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뭐라도 함께 할 것이 없을까 해서 지인들과 같이 찾아갔어요.

그 분이 강순례를 하는데 도와줄 수 있느냐는 부탁 하셨죠.


수경 스님과의 인연 오래되신 건가요?


아뇨. 몰랐어요. 모 글이나 기사로 접한 정도죠.

삼보일배 순례 소식을 들으면서 신뢰할 수 있는 분이구나. 그런 좋은 감정은 갖고 있었어요.

처음 뵈었을 때 경상북도 남지 둑에 천막을 치고 기거하고 계셨죠.

영하의 날씨였는데 그 곳에서 인연이 시작됐어요. 저는 금방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강조하셨던 건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에게

저항하기 위한 정치적 운동으로 비치길 원치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전 상당히 과격한 스님이실 거라 상상했었는데 의외였어요.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배경에는 우리들의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셨죠.

이건 문명의 문제지 어떤 개인의 허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순례를 하는 것은

한 정치인을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라 돈 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 권력 만능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삶의 태도를 반성하고 희망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에 공감을 했죠.



이건 문명의 문제지
어떤 개인의 허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순례를 하는 것은
한 명의 정치인을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라
돈 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 권력 만능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삶의 태도를 반성하고
희망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에 공감을 했죠.



자주 순례에 내려오셨죠?


100일 순례 동안 삼분의 일은 함께 했던 것 같아요.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내려갔으니까요.

어느 거리를 막론하고. 가족들과 같이 갈 때도 있었고요. 혼자 내려갈 때도 있었죠.


뭔가를 배우는 방식이 머리로 배우는 게 있고 몸으로 배우는 게 있는데

오체투지는 머리보다는 몸으로 배우는 체험이었어요.

사실 몸으로 배우는 체험은 일부러라도 머리로 정리하지 않아요.

그 의미가 작아지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인터뷰를 하신다니까

어떻게든 내가 경험한 걸 뭐라고 표현해야 한다. 정리를 해보자 그랬어요.(웃음)

제 경우, 오체투지에 참여하는 것엔 크게 고민이 없었어요. 그냥 당연히 함께 하는 일이었죠.

보통 반나절은 수행에 참여 하구요. 반은 기사를 쓰거나 걷거나 교통정리를 했죠.

저는 기독교인이에요 절을 하는 행위가 우상숭배처럼 느껴졌다면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렇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뭘 섬기는 종교 행위가 아니었으니까.

아주 편안하게 순례에 참여했어요.


오체투지에서 제가 기도를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느낀 게 있었어요.

확실하게 기억나는 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행복하고 좋았다는 거죠. 매번 좋았어요.

갈 때는요. 정말 무너지는 느낌으로 내려갔죠.

내려가면서 이런 XX, 속으로 욕을 하면서 분노를 가지고 내려가는데요.

돌아올 때는 참 좋고 행복했어요.

왜 좋았을까. 정말 편하고 좋았어거든요

돌아갈 때마다 그 답답함의 나만의 해결책을 찾아가곤 했죠.



뭐가 그렇게 돌아오는 길을 행복하게 했을까요?


그러니까요. 그게 뭐였을까.

일부러 그 느낌을 애써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는데

인터뷰를 한다 하시니까 저도 몇일동안 그 과정들을 돌아보곤 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오체투지가 하심(下心)을 배우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무릎과 배 어깨와 이마가 땅에 닿는 절이죠.

육체적으로 더 이상 낮아질 수 없을 만큼 낮아지는 자세죠.

그래도 저는 모 별로 더 낮아질 게 없어선가. 하심(下心), 그런 건 잘 안 와닿구요.





다만 몸을 땅에 붙이는 거요.
이 땅은 내가 온 곳이잖아요. 또 내 몸을 형성한 흙을 온몸으로 만나는 거죠.

위로는 태양이 있고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죠. 대부분의 날에, 그리고 땀이 나니까 물을 마시고...

몸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물, 바람, 불, 흙이라고 한다면
내게 오체투지는 온몸으로 내 몸의 고향과 만나는 체험이었죠.
내가 태어난 바탕이고, 내 육체가 돌아갈 곳과 계속 만나는 거죠..

세 걸음을 걷고 땅에 붙이고, 세 걸음을 걷고 땅에 붙이고,

그 접촉 없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죠. 그런 경험은 전에 없었어요.


몸을 땅에 붙이는 거요.
이 땅은 내가 온 곳이잖아요.
또 내 몸을 형성한 흙을 온몸으로 만나는 거죠.
위로는 태양이 있고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죠.
대부분의 날에, 그리고 땀이 나니까 물을 마시고...

몸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물, 바람, 불, 흙이라고 한다면
내게 오체투지는 온몸으로 내 몸의 고향과 만나는 체험이었죠.
내가 태어난 바탕, 내 육체가 돌아갈 곳과 계속 만나는 거죠..

세 걸음을 걷고 땅에 붙이고, 세 걸음을 걷고 땅에 붙이고,
그 접촉 없이는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죠.
그런 경험은 전에 없었어요.



내가 돌아갈 곳을 온몸으로 만나는 장이었어요.

그렇게 만나고 세 걸음을 걷고 그렇게 만나고 다시 걷는 것.

세 걸음 걷는 건 그렇게 힘이 안 들었어요. 완전히 엎어지고 나서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엎어지고 나서는 편하죠. '댕'하고 징소리가 울리기 전까지는. 그 두 공간은 쉬는 시간이었죠.

힘든 건 지금의 현실에서 본연의 모습으로 내려가고 내 본연의 모습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이었죠.

그것의 끝없는 반복이 힘들었죠.

맨 처음 시작할 땐 이 움직임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며 하게 되지만

나중에는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하게 돼요. 그냥 하죠. 그냥.

오체투지의 의미를 생각하고 가치를 생각하고 그러는게 아니구요.

오체투지 할때 그냥 오체투지를 하죠.

그러면서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돌아보면 내 삶 속에 힘을 주는 것은 내 생각이나 이념이 아니고

내 본연의 모습을 만나고 내가 돌아갈 곳을 온몸으로 염두에 두고 현실을 사는 일

그 와중에 어떤 인위적인 의미부여를 하지 않게 되는 체화된 과정이 제게 힘을 주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오체투지 전 후의 제 삶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어요.

더 간결해졌고 군더더기가 없어졌죠.



힘든 건 지금의 현실에서 본연의 모습으로 내려가고
내 본연의 모습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이었죠.
그것의 끝없는 반복이 힘들었죠.
맨 처음 시작할 땐 이 움직임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며 하게 되지만

나중에는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하게 돼요.
그냥 하죠. 그냥.오체투지의 의미를 생각하고
가치를 생각하고 그러는게 아니구요.
오체투지 할때 그냥 오체투지를 하죠.
그러면서 어느샌가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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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2009년 3월에 이루어졌습니다.


고 김호영 이사(한국DMZ평화생명동산)님은

오체투지 때 온라인 홍보팀을 담당하셨고

이후 환경운동에 전념하시다 2015년 9월 영면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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