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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자리 Dec 09. 2017

그 모든 날들이 찬란했던 2017년

이제 우리 삶의 촛불혁명을 시작해야 할 때.

       

마지막 달력 한 장의 끄트머리를 바라보고 있는 요즈음,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돌아보기의 시절이다.

아마도 이 한 해 2017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시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법적 절차에 따라 정권교체를 이끌어 낸 촛불 혁명을 살았기 때문이다.
지구 상 어느 누구도 해 낸 적이 없었던 이 촛불 혁명은
해외에서 감탄하고 존경스러워하며 시상하는 것을 굳이 염두에 두지 않아도
능히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우리는 경이로운 역사의 한 중심에 서 있었다.
작년 이맘때쯤 양초와 종이컵을 들고 있었던 사람들은
이 물건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새 정권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모든 역사적인 사건들에는
그 정신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인물들이 있다.
수천만이 겨울을 지새웠던 그 현장에
한두 명의 인물을 중심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그 겨울을 버티게 한,
기성세대를 각성시킨 목소리들이 있었다.
바로 청소년들이다.


그들은 촛불 시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국정교과서 반대의 강한 의지를 보여왔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을 지켰으며
자발적인 모금운동으로 전국의 청소년들을 불러 모아
3.1 운동을 시작했던 탑골공원 앞에서
자신들이야 말로 역사를 책임지고
이 나라를 바로 세울 주역들임을 선언했다.


모든 역사적인 사건들에는
그 정신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인물들이 있다.
수천만이 겨울을 지새웠던 그 현장에
한두 명의 인물을 중심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그 겨울을 버티게 한,
기성세대를 각성시킨 목소리들이 있었다.
바로 청소년들이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그들은 단상에 올라 헌법정신을 가르쳤고
생활에 바빠 뻔히 보면서도 방관했던 모든 부조리에 대해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맞서 바꾸어나가야 한다고 어른들을 설득했다.
나는 주저 없이 그들, 청소년들이야 말로
이 역사의 주역이었으며 마중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이끌어가는 움직임은 재기 발랄했고, 즐거웠다.
여유로웠지만 메시지는 분명하고 차가워 주저함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는 전에 없었던 그들만의 새로운 시대를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차벽에 꽃 스티커를 붙여주고 또 함께 떼어내고
스스로 마대를 어깨에 걸고 쓰레기 청소를 했던,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을 가는 그 모습으로 웃으며

머리에 도깨비불 머리띠를 하고 촛불을 밝혔던 그들.
그들이 일상의 관행에 물들었던 우리에게
새로운 생각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1년,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정권을 바꾸었고 때로는 놀랍도록 빠르게 때로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기쁘고 또 슬프고 아프고 또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며 살고 있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이 다 좋아졌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우리의 삶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워서 보완하고 싶은 것이 많고

해결해야 할 난제들은 여전히 산적해있지만 분명한 건 움직이고 있고

새롭게 다시 고쳐나갈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마지막 12월. 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겨울.

작년 겨울에 우리가 꿈꾸었던 것들. 소망했던 그 본질을 기억해야 한다.

내 스스로가 주인임을 자각하는 삶, 상식이 통하는 세상,

합리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

정권이 바뀌어서 몇 명 죄인들이 조사받고 구속되는 것을

방송을 통해 바라보는 것으로 족한 것이었는지...

이제 우리의 삶에서의 진정한 변화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우리 곁에 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따뜻한 집에서 게임 레벨을 올려야 하는 내가

왜 이 나라의 국민이 되어서 이 추운 광화문에 와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며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던 초등학생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며

어른들을 독려하던 중고등학생이

오늘 우리 곁에 부모의 잔소리를 지겨워하고 친구와의 갈등을 고민하는

우리의 딸로 아들로 살고 있다.


아마 우리를 각성시켰던 그 몇 명은

우리가 매일 일어나라고 고성을 쳐야 하는 내 아이들과는 좀 다른

특별한 이들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내 자녀의 의견을 생각과 사상을

진지하게 묻고 제대로 경청해 본 적이 있는지를.

그들이 그들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 적이 있는지를.


어쩌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했던 그들처럼

우리도 삶에서 주어진 크고 작은 권력들을

저항하기 힘든 이들에게 함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다가오는 2018년 나는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를 더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그래서 그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웠던 촛불 파도.

그 모든 날들이 기쁨으로 슬픔으로 눈부시게 찬란했던 2017년의 매일매일이

우리의 구체적인 삶 안에서 촛불처럼 꺼지지 않고 타오르길 희망한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내 자녀의 의견을 생각과 사상을
진지하게 묻고 제대로 경청해 본 적이 있는지를.

그들이 그들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 적이 있는지를.


학교에서 직장에서 우리 집의 거실과 그리고 우리의 마음 안에서,

사람답게 살고자 변화하는 새 날이 되길.

다가오는 새해는 작년 그 추운 겨울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세상을 꿈꾸며 양초 하나 들고 길을 나섰던 그 날처럼,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아가는 그 첫 날로

각자의 역사에 기록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mirbori@hanmail.net


* 본 글은 지역 신문 칼럼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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