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456789101112, 8:0의 노트 여행
심장은 문밖 마당에 널어두고
그 자리 공기가 숨을 쉬는 길이 되었네
숨소리 바람따라
사르릉사르릉 종종걸음 달려 나가니
겨울의 태도는 봄소식에
꼬리 올려 눈빛을 흐리고 있기만 바쁘다
이제야 고개 드는 봄소식
이내 가슴 화르륵 뛰어노는 나비가 되었고
요동치는 몸의 눈물이 기쁨 되어
입가를 두드리네
겨울의 아집
떼쓰는 힘으로 돌돌 뭉친 정신
오래된 맥락이 지배하는 사람들 소리
그 칼바람 소리
이젠 듣지 않으리
들려오지 않으리
조롱거리는 새들은 새날을 맞이하니
어느 봄날의 아침은
여전히 밝음으로 일렁이네.
<봄소식 노트, 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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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은
어제 하루 종일 흥분 모드로 하루를 버티게 했습니다.
역사적인 날이 역사 속으로 묻히는 것도 추억이라
노트에 사소한 모든 것들을 적어놓기 시작했습니다.
5년 뒤, 10년 뒤, 노트를
펼칠 일이 있으면 새록새록 기억이 나겠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인용이 된 시간은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이었네요.
탄핵의 소추안 가결이 있었던 2016년 12월 9일로부터 92일째가 되던 날이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우주의 기운을 받았다는 숫자의 나열을 탄생시켰죠.
[1 234 56 7 8 9 10 11]
국회 표결 불참 1/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소추 안국회보고 8/소추 안 가결 일 9/탄핵 선고일 10/ 선고 시각 11시였습니다.
여기서 12월을 넣어 일 년 열두 달이 되도록 선고 시간 분을 거꾸로 읽어 제가 임의적으로 하나 더 만들려고 했으나, 오늘 탄핵 소추당해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으로 퇴거한 날이 12일이네요. 그래서 이렇게 완성됩니다. [123456789101112] 정말 우주의 기운을 받도록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 주시고 가시네요. 다 이런 뜻이었군요. 어 허~감사합니다.
새봄이 온 날, 이런 역사적인 날에,
저는 오산에 있는 대안학교에 첫 출근을 했네요.
한국어 강의를 하러. 일반 고등학생 아이들을 위탁받고 있는 곳인데,
수준차가 나다 보니 개별 수업을 해야 할 것 같았답니다.
지금까지 음울했던 기분이 다 사라지고 까칠했던 겨울도 이미 날아갔습니다.
전기가 나가 보일러가 다 꺼져버린 집안의 작은 사건도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분 좋은 불빛 튀김으로 이해를 했으니 말입니다.
우리의 봄은 이제 시작입니다.
여행하는 노트에 봄소식을 전합니다. 나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