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사랑으로 이뤄낸 아이의 큰 집중력 발현!
아들은 2015년 12월에 1학년 겨울 방학이 시작되던 때부터 3학년을 시작한 2017년 3월 현재까지, 일 년 반 가까이 큐브를 가지고 놀고 있다. 그 사이 여러 큐브가 망가졌고, 다양한 종류의 큐브를 다시 사고 고치고를 반복했다. 많은 큐브를 만지게 되면서 그때마다 우리 집 생활비에서 예상치 않은 지출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많은 놀이 중에서 가장 길게 이 아이 옆에 있는 놀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참이다.
아들이 어렸을 때는 큐브 이외 주로 무슨 놀이를 하며 보냈나?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을 잠깐 더듬어 본다. 집에서 하던 놀이문화에는 자동차와 로봇, 게임, 칠판 놀이, 책 읽기가 지배했다. 자동차를 나열하거나 로봇을 조립하거나 하는 것은 여느 남자아이들이 하는 놀이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달랐다면 그 관련 놀이의 품목이나 책의 내용들을 칠판에 메모를 했고, 줄을 세우고 분류를 하는 것에 독특한 능력을 지닌 듯했다. 사진은 기록이 되듯 그 기록 속에 여전히 등장하는 많은 장난감과 사물들이 아들의 놀이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엔 한 면이 9면으로 이루어진 큐브(333 큐브)도 몇 번 돌려보기를 했으나 끈질기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좋아하기 전에 망가뜨리거나 망가진 것이 먼저였다. 큐브 천재라고 하는 어린아이들의 큐브 놀이를 보면 휘리릭 돌려대며 놀라움을 안겨주는 모습은 우리 아이와는 동떨어지게 보였다. ‘적어도 이상하게 좋은 머리는 아니구나!’를 그때 알았다고나 해야 할까.
나는 남자인 아들이 노는 놀이문화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많이 해주지 못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 로봇, 게임 등은 문과 향이 짙은 나의 성향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이가 외동인데도 같이 놀아줬던 놀이는 뻔한 것이었다. 미안했지만 집에 앉아서 꼼지락 거릴 때는 스스로 혼자 적응하게 했다. 그것은 어쩜, 인터넷 매체 방송을 들으며 학업을 이어갔던 엄마와 조금은 동떨어진 시각에서 아이는 저 혼자의 방식으로 적응을 해 갔는지 모른다. 아이를 위한 육아보다는 내가 힘들어 외출을 하기도 하면서 여행을 즐겼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보다는 나를 위한 놀이였다. 아들은 그러면서 여자인 엄마와 유대관계를 더욱 끈끈히 하였나 보다. 종종 놀이방에 맡겨 내가 해줄 수 없었던 타 아이들과의 사회생활을 이어가기도 했고, 피아노나 다른 악기들을 일찍 만지게 함으로써 내가 갖지 못했던 음악성의 감성을 심어주기도 했다. 내가 좋아했던 책들을 읽는 시간은 밀려나고 동화책이 아이와 나의 책이 되어 아이는 귀를 열고 나는 입을 열었다. 아이가 잠을 청한 후에도 나는 밤의 소리와 대화를 나눴다.
학령기가 되면서는 많은 소소한 장난감들은 박스 안으로 거처를 옮겨갔다. 학교생활이 주를 이루고, 동네 아이들과 놀아야 하고, 엄마 핸드폰이 가끔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장난감이 되어주니 놀이는 단순해져 갔다. 그중에서도 큐브 놀이는 단순함의 극치의 놀이 대상이 되었다. 조각을 맞추는 잠재성이 깨어난 것이었을까?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 친구가 큐브를 맞추는 것을 보고 경쟁심리가 붙어 큐브를 사달라고 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2주 정도 가지고 놀다 보면 어려워지거나, 아니면 단순해지는 놀이를 멀리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의외로 아들은 오래 지니고 있을만한 즐거운 놀이로의 전개를 시작했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한 면이 9개인 333 큐브를 맞추기 위해 여러 식을 동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유튜브를 찾아보고, 그리고 돌리고, 메모를 하면서 보니 어느 순간 완성을 하며 자랑하는 아들이 앞에 있었다. 솔직히 나는 남들이 만들어놓은 공식을 이용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어도 스스로 그냥 맞추어내는 그런 류의 머리는 아니겠구나!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아이의 열정은 거기에서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어 큐브 과정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나였다면 유튜브를 보면서 풀어내는 그 기본 공식, 빠져들면 한다는 그 공식을 따라 할 수 있었을까? 실제 아들이 가르쳐 주려고 하였으나 나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 그런 나와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그 과정의 값은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가 열려 있는 세상은 아들을 향해 큐브의 향을 더욱 맛보게 해 주었다. 아들은 메가밍크스(5 각형, 12면체), 홀 큐브(333 큐브에 구멍이 뚫림), 피라밍크스(피라미드를 닮은 큐브), 444 큐브(16면인 큐브), 555 큐브(25면인 큐브), 666 큐브, 777 큐브, 888 큐브, 133 큐브 등 큐브 마니아들이 소지하고 있는 큐브들을 차례대로 섭렵하기 바빴다. 나는 그저 신기했다. 물론 큐브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가격이 상당히 많이 뛴다는 것도 그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수요가 많지 않은 단계가 되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큐브는 희귀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큐브가 자주 부서지는 것도 감수했다. 다시 조립할 수 있다면 좋았다. 몇 분을, 몇 시간을 앉아 다시 조립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대단한 집중력을 다시 한번 엿보았다. 한 번은 집에 또래 친구가 놀러와 그들과 함께 만지면서 망가졌던 666 큐브(한 면 36개, 2016년 4월)를 그 자리에서 조립하고 있었던 아들을 향해 ‘나랑 놀아주지 않으니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듣고도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아들. 내가 봐도 아들 친구에게 미안해지는 야속해 장면이었다.
큐브는 반 친구들에게도 인기를 독차지하게 해주었다. 그때까지 큐브는 333 큐브(한 면 9개)만 있었던 것으로 나는 알고 있었다. 학교에 들고 갈 때마다 아들 친구들 역시 다양한 큐브에 눈을 희번덕거렸다는 아들의 후문이었다. 나는 선생님이 야단치지 않는 선에서 큐브를 학교에 가져가는 것을 허락했다. 다행히 2학년 때 담임 선생님(2016년, 반송초등학교 김수진 선생님)은 큐브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으셨던지 아들의 손놀림에 신기해 주었다. 아들의 재능을 인정해주는 듯, 5월 학교 상담에서도 ‘지산이가 큐브를 상당히 잘하던데요.’라고 전해주기도 했다.
큐브 때문에 작년에 치렀던 2학년 1학기 회장 선거에 당선되었다고 100% 믿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큐브의 영향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안다. 올해 역시,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큐브를 학교에 슬슬 들고 가봐야겠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웃음을 머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회장이 되는 것은 큐브로 얻은 인기보다 공약을 잘하고 발표를 길게 잘 해야 한다.’고 했지만, 학교에 들고 간 333 큐브와 888 큐브의 인기 덕분에 전체 100% 중 아이들 감성의 40%를 차지했다고 아들은 스스로 인정했다.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아들 자신의 용돈으로 거금을 풀었던 888 큐브(한 면 64개, 14만 원 정도)는 면 개수가 많아서 맞춰가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아들은 한두 번 맞춰보더니 ‘엄마, 이거 고장 나면 고치는 거 장난 아니겠어요.’라고 할 정도로 자기 손보다 큰 큐브를 하나하나 만지며 쫄깃해하는 것 같았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을 알았을까. 큐브를 들고 아빠 회사 워크숍에 함께 놀러 간 날이었다. 조각이 많은 큰 큐브 자체를 신기해하던 한 여직원이 각도를 틀어 잘못 만지면서 조각들이 손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아이가 슬퍼하기 전에 남편이 '으앙' 하며 놀라움을 먼저 표현했다고 한다.
큐브의 조각이 흩어질 때마다 아이에게 도움을 주며 함께 조립을 하던 남편은 888 큐브 조각들 앞에서 포기를 선언했다. 얼마 후, 용돈을 털어 아들의 망가진 큐브를 꼭 사주고 싶다는 여직원의 마음을 고맙게 받았다. 그 큐브의 주의사항에는 '고치지 못할 분들은 사는 것을 권유하지 않습니다.'라는 경고 메시지가 있었다.
아들은 망가진 큐브 조각을 버리지 말라 당부를 한다. 언젠가는 꼭 맞추겠단다. "결혼할 때 꼭 싸서 보내주마. 아이들이 태어나거든 같이 맞춰봐라."라고. 나는 때아닌 이른 당부를 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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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와 아들과 여행하는 아줌마의 시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