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人이야기_거금도 바다여행
철 지난 파래의 몽돌 집
물길 따라 겨울 떠난 친구들 기다린다
허리 등 살 넓어진 바윗돌 계곡에
늘어진 햇살을 위로하며 자리를 펼쳤다
지나치지 못해 다리가 걸리고
달리다 넘어지며 다시 뒷걸음질한다
뿌리내려 몸을 씻고
두 나절 밀리는 바다 길에 제법 키를 키운다
달빛 속에 떠돌던 해우도
몽돌 집에 붙어 파래의 친구가 되어간다
흔들흔들, 한들한들, 비틀비틀,
모래를 씻어 내고 누군가의 반찬이 될 준비를 이제 해야지.
<파래의 하루, 나리매>
거금도 오천 마을의 어느 펜션 아래,
고운 모래 몽돌해변에서
파래 옷을 입고 있는 몽돌들을 발견했습니다.
오랫동안, 파도와 더 가까운 곳에서
몸을 부딪히고 있는 사물들의, 생명들의, 발견이었습니다.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파래의 모습을 볼 때에는
들지 않던 생각이,
이렇게 고운 모래 위에 솟아 오른
몽돌을 의지한 체
살아가는 녀석들의 모습을
위로하고 싶었다고나 해야 할까요?
많지 않아 더욱 다정하게 보인 덕분에
제목만 그곳에서 살짝 데려와
언어들의 살을 이제야 붙여봅니다.
거금도 금산 오천, 국도 27번의 끝, 한적한 공간, 많은 이들에게 잘 들키지 않는 곳, 단단한 고운 모래가 몽돌보다 더 매력인, 펜션의 고객들에 귀하게 내어준 바닷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