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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Apr 23. 2017

詩야생화 마당 _나미래

詩와 花이야기_여러 번 보아야 더 아름다운 야생화 작은 꽃 이야기


화산석 사이마다

흙모래를 넣으니

뿌리가 붙들려 와

꽃들의 집이 지어졌다


구멍 뚫린 돌 아래

부딪쳐 머뭇거리는

부끄러운 바람

꽃잎을 건드린다


꽃볼을 간질이는

초록 바람 덕에

꽃잎 하나둘

허공에 봄을 수놓는다


노랑머리 꽃

화산돌 골짜기에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서 그저 몸을 낮추네


파스텔 무지개 꽃잎들

머리 올리고

맑은 표정으로 살아난

돌담에서 하루가 가슴 벅찬다


사르륵, 사르륵

흔들리는 꽃잎 어깨에

화답하는

나비의 입술이

도톰해진다.


<야생화 마당, 나미래>




4월 초,

조경 작업으로

마당엔 작고 앙증맞은 야생화가

화산석 사이사이마다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소 많은

야생화 아이들을

화산석에 

 것은

'이 봄에 굳건히 살아남으라'

뜻이 담겨 있습니다.


계절을,

한해를,

여러 아이들이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단단하게 뿌리내려 앉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할까요.



알프스안개꽃이 입구를 잔잔한 색감으로 덧칠한다.
<(左)삼색조팝, (中)록키봄맞이(꽃), 매발톱, 장미매발톱>
<록키봄맞이꽃>


작은 꽃잎들은 참 애잔해 옵니다.

록키봄맞이 한해살이 야생화입니다. 


더 잘 보이기 위해

색감을 화려하게 차려 입지도 않았는데,

그저 제 눈에는 크고

환하게 보이네요.

 


<홍철쭉>
<산딸나무>


조경을 맡아주신

동탄 한아름 화원 사장님께서는

주인장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주셨지요.


첫째,

저는 척박한 돌 곁에서도 강인하게

살아남을 아이들을 원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 은은한 색감을 자랑하는

야생화 꽃을 선호했었고요.


둘째,

여러 해를 넘어가며

새싹을 보여주고

몸을 키우며 커 가는 그 시간을

즐기고 싶다고

그 과정을

정원에 듬뿍 담아내시라

부탁을 했더랍니다.


셋째,

그렇게 돌에서도

돌 사이에서도  

잎이 자라고,

꽃이 자라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제 눈을 즐겁게

글을 쓰는 주인장의

마음을 심쿵 하게 만들어 버리게 하는

자연의 자연스러움을요.



<이끼용담, 명자나무>
 <명자나무 주변의 야생화, 삼색조팝, 꽃뱀무, 비올라, 백리향>
<꽃잔디, 잔듸 아래 모래흙이 무너지지 않기를>
<꽃사과>


<앵초>



사람들의 눈이

편안하게  

머무는 곳이 되어갔으면 합니다.

아침마다,

저녁마다,

싱그런 아침 물 한 모금 마셔내며

초록바람 꽃을,

무지개 바람 꽃을,

가져다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돌단풍>

<비올라, 뿌리의 월동이 아니라 씨방이 대단한 번식을 하는 녀석이다.>

<말발돌이>
<미나리아제비>
<이끼 용담(히말라야 안개꽃)>
<너도부추>
<애기아주가>
<쥐손이>
<백리향>
<록키봄맞이>
<꽃뱀무(뱀무)>


주인과 함께 하는 작은 야생화들이

자리를 잘 잡아가기를 바라며,

꽃잎을 올릴 때마다,

꽃잎을 떨굴 때마다,

연초록이 더 짙게 물들어 갈 때에도

사랑스럽게 지켜보고자 합니다.


아침이 즐거운 작은 마당이

되어가면 좋겠습니다.

하루가 모여 이틀이

이틀이 모여 여러 날이

가족들과

행복한 그런 그림을

그려나가리라 믿습니다.


 




마당을 아끼는

글쓰는 이의 시선이

잠시 틈을 내어 숨을 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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