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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l 13. 2017

애기사과나무 아래서_나미래

아들과 책을 읽고 공부하는 마당에는 애기사과나무가 열매를 맺었다





<기다리는 자(者), 나미래>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우리가 가야만 했다

얼굴 붉히는 작업도 불사해야 하는가

엄마가 된 것으로 엄마는 끝나지 않았다

기나긴 유아기 항해를

행복한 기다림으로 채워줄 아이의 성장

‘엄마에게 기대!’가 아닌

‘자립하는 너!’가 되길 원하지

엄마도 자립하는 엄마가 되기 힘들다

불합리할 땐 논리를 들어

아이의 힘이 되어야 하고

생각의 깊이에 푹 빠지도록

집중하는 방법도 스스로 알게 해야 하지

그 가르침이 몸으로 통과해

이성적인 뇌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것

무작정 기다리면 오지 않는다

꿈틀거려야 한다

구조 속에서 대답이 오기까지 만 하루가 걸렸다

기다림의 한계가 더위와 함께 오기 시작했다

할 말은 해야 하는 엄마 나이

기다림은 기다림은

급해서도 안되지만 늦어서도 안된다

그래도 아이에게는

더 많이 기다려 주는 者가 되어야지

나는 엄마니까.




며칠 전, 초등학교 3학년 아이와 함께 <2017년사이버과학창의대회> 카페에 과학실험 계획서를 올렸다.  화성과 오산시의 초등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의 대상으로, 5단계까지 인증을 받아야 하는 과정이다. 소요 기간 4달 정도에 실험과 조사의 성과물을 올리는 과학대회인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면 무난히 과학 실험과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계획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1단계 인증을 쪽지나 댓글을 통해 확인받는 것인데, 아이의 계획서 아래에는 아무런 덧글과 쪽지함에 쪽지가 없었다. 1단계에서 인증을 안 해 준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이 있었다. 그래도 아무리 허접하고 허술해도 아이의 자존감을 꺾는 일이 될 것 같은 불안함이 밀려왔다. 주제가 형편없어 인증을 안 해 준 것이라면 그만한 이유와 설명이 있어야 했는데 아무 말이 없었다. 결국 며칠이 지나서 담당자에게 물어 보기에 이른다. 엄마의 역할이었다. 아이에게 카페의 활동 방법까지 가르치며 하기에는 벅찬 일임은 분명했다.


하루가 다 채워진 무렵이 되어서야 담당자로부터 쪽지 연락이 왔다. 미리 드렸어야 할 결과를 늦게 알리게 된 불찰에 용서를 구하며 2단계의 과정으로 진행

하라는 말이 무엇보다 기뻤다.



사실 아이에겐 '아무 답이 없었다'든가, '1단계에서 인증이 안됐어'라는 말이 얼른 하지 못했다. 결국 몇 분 정도 나의 입속에서만 맴돌게 했다. 스스로 해 보겠다고 과학 주제를 선정한 그 흥분되고 기분 좋았던 과학창의대회의 만남이 결코 깊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엄마는 잘 알았기에.


저녁이면 열 일 제치고, 마당 테이블로 나온다. 그래야 나도 아이도  두 시간 정도 차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저녁 8시만 되면 나가는 마당 테이블에서 모든 일처리를 서둘렀다. 그리고 사이버창의과학 카페 담당자로부터 알려온 변경된 결과를 아이에게 안내했다. 기뻐하는 모습! 그것만으로도 엄마로서의 역할을 한 단계 풀어낸 것이 아닌가 싶었다. 마냥 기다리고 있다 더 지체되었을 상황을 만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신의 일을, 공부를, 학습을, 하루에 조금씩이지만 게을리하지 않는 나와 아이에게 오늘은 시 한 편을 귀하게 남겨본다.

 


-40방학 전후는 놀러갈 일을 많이 만드는 탓에 학원에서 아이를 빼오는 시기이다. 날마다 30-40분 정도 학년의 경계를 두지 않고 수학을 손에 잡고 있다.


열심히 집중하고, 열심히 머리를 비우게 해 주는 것도 엄마의 역할이지. 아니 엄마보단 강아지가 힐링이 된다면서!




<애기사과나무 아래서, 나미래>

 

여름날을 전부 살지 않은

애기사과나무의 기다림이 계속된다

그 아래 먼 항해를 시작하는

아들의 기다림을 밤빛도 나무 아래서 알아본다

가장 빛나는 별이 앞에서 비추지 않아도 돼*

숨어서 아이를 바라보고 있을 테니까

주변의 흔들림에 실눈을 뜨고 움직이는 아이

사과나무 아래

여름밤은 모기향으로 움직임을 때린다

사나운 모기도 집중 앞에 무너지고

살랑살랑 입놀림의 가벼움은 훈련의 숙제가 되지

꽃잎을 붉히며 꽃술이 날아 열매를 그려 넣었다

 햇살 기어이 마른 가지 긴장하게 하고

여름 볕에 온 몸을 내비쳐 살이 타오르지

이제 계절의 깊은 정을 담아낼 것이다

아들도 그렇겠지

지나간 날의 마음에 품은 물기를 내어

다가올 날들에 속삭이며 입술을 적시겠지

좋은 일 가득 입가에 웃음으로 만들어가겠지

공감을 위해 채워 넣은 책의 영양분과

지나온 추억들을 쌓았던 자연의 거울을 보게 될 거야

아들, 사과나무 아래서 오래 있자


*기욤 아폴리네르 시인은 「진정한 여행」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라고 한 바 있다.





우리는 이렇게 밤을 보내고

또 새로운 밤을 맞는다.

어제의 밤을 즐겼으며,

오늘의 밤을 즐기고,

내일의 밤을 또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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