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쑥부쟁이와 구절초의 집을 마련하다
보라 계열 색채가 참 좋다
흰색은 옷에서 피고
보라색은 꽃바람 속에서 열리고
가을을 탐하는 게 좋다
보라색의 가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만났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가을의 길을
가을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하네
잇몸이 활짝 드러난 쑥부쟁이
비를 품은 구름과
비를 말리는 햇볕을 저울질하며
가을바람 한 모금이 반갑다
도톰한 실타래를 풀어헤치고
보라색 입술 향이
담을 타고 넘어와
노트 사이에 한 줌 뿌려주고 가려나 봐
우리 부부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닮았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날을 새우는 쑥부쟁이
날을 잡히는 구절초
뿌리 잡혀 가도록 사랑 주자
<쑥부쟁이와 구절초, 나미래>
<꽃집 사장님>이라는 시를 얼마 전에 쓴 적이 있습니다. 화원에 들리는 것이 간혹 청량감 있는 하루를 만들어주기도 하기에 마음이 허전할 때는 단골집 화원에 들려 활짝 웃고 있는 꽃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날도 무슨 무슨 꽃을 사러 가야지 하는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첫 시집의 출간을 기념하여 우리집 마당을 예쁜 정원으로 꾸며준 화원 조경 사장님께도 한 권 드리고 싶어졌지요. 들고 갔더니 너무 좋아하시며 활짝 웃음 함박꽃을 머금으시더라고요.
꽃집 사장님
얼었던 땅 몸 풀자마자
헛헛한 마당을 어루만져
봄바람 주름잡아
정원의 주인들 웃게 했다
축배의 돌잔에
웃음물 넣어 엮어 준
꽃집 조경 사장님
첫 시집 들고 찾아가자
손에서 반짝반짝 별이 오른다
꽃으로 답례하기 쑥스러워
여사장님 몰래 대폭 할인하는
가격 걱정에
"내 마음이야"라고
쑥부쟁이
구절초
가을 채전 모종들도
'쉬'하잖다
가을이다
<꽃집 사장님, 나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