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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Aug 24. 2017

가을을 쓰다

정원에 쑥부쟁이와 구절초의 집을 마련하다


2017년 8월 24일, 대추나무 아래 심은 쑥부쟁이가 빗물을 머금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


보라 계열 색채가 참 좋다

흰색은 옷에서 피고

보라색은 꽃바람 속에서 열리고


가을을 탐하는 게 좋다

보라색의 가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만났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가을의 길을

가을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하네


잇몸이 활짝 드러난 쑥부쟁이

비를 품은 구름과

비를 말리는 햇볕을 저울질하며

가을바람 한 모금이 반갑다


도톰한 실타래를 풀어헤치고

보라색 입술 향이

담을 타고 넘어와

노트 사이에 한 줌 뿌려주고 가려나 봐


우리 부부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닮았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날을 새우는 쑥부쟁이

날을 잡히는 구절초

뿌리 잡혀 가도록 사랑 주자



<쑥부쟁이와 구절초, 나미래>







<꽃집 사장님>이라는 시를 얼마 전에 쓴 적이 있습니다. 화원에 들리는 것이 간혹 청량감 있는 하루를 만들어주기도 하기에 마음이 허전할 때는 단골집 화원에 들려 활짝 웃고 있는 꽃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날도 무슨 무슨 꽃을 사러 가야지 하는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첫 시집의 출간을 기념하여 우리집 마당을 예쁜 정원으로 꾸며준 화원 조경 사장님께도 한 권 드리고 싶졌지요. 들고 갔더니 너무 좋아하시며 활짝 웃음 함박꽃을 머금으시더라고요.




꽃집 사장님


얼었던 땅 몸 풀자마자

헛헛한 마당을 어루만져

봄바람 주름잡아

정원의 주인들 웃게 했다

축배의 돌잔에

웃음물 넣어 엮어 준

꽃집 조경 사장님

첫 시집 들고 찾아가자

손에서 반짝반짝 별이 오른다

꽃으로 답례하기 쑥스러워

여사장님 몰래 대폭 할인하는

가격 걱정에

"내 마음이야"라고

쑥부쟁이

구절초

가을 채전 모종들도

'쉬'하잖다

가을이다


<꽃집 사장님, 나미래>




2017년 8월 16일, 화원을 다녀오며 데리고 온 구절초와 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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