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의 정원이야기 Aug 06. 2017

책들의 이름표_기호의 전쟁

아이 이야기_숫자가 한글이 기호가 되어 십진분류가 시작되었다



숫자들이 움직인다

자음과 모음도 방 안으로 모인다


계단 사이 누워있던 책들

하나 둘 안방으로 들어오라 하니


숫자 옷을 입히고

한글 기호 단추를 채워 넣었다


여름은 창살 없는

선들의 햇발 장애물을 데려오지


태양을 피한 칠판은 지하 도시

기호 지도를 탄생시켜 주었고


도서관 출입은 책들이 서 있는

숫자들의 이유를 찾아내게 했다


책들이 기호 옷을 입고 있다

코를 뚫은 주인의 말을 들어야 하나


책들에게 마음을 쓰는 아이

새 옷 입고 즐거워하려나


<기호의 전쟁, 나미래>








오래간만에 깐족거리기 좋아하는

 아들을 좀 분석해보려 합니다.

그냥 엄마표 아들로서 말이죠.


얼마 전부터 형체가 불확실한

길을 그리며 무언가를 삽입하고, 지워내고

그 반복을 여러 번 하더니

물어봐도 잘 대답도 안 해주더군요.


음, 창의적인 지도라나?

지하도시 지도라나?

그 말만 하고

이제 알려하면 가르쳐 주지 않고

조금 무심해 지려하면 가르쳐 주는

녀석으로 커가고 있습니다.

10살! 만 9세!

말도 징그럽게 안 들을

때도 많다지요.

혈압 금방 오르게 한다지요.

말 꼬리 잡는데 귀신이 되어가지요.

뺀질뺀질 해지고요.





두 살 때부터 큰 보드를

사준 덕분으로 이곳은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놀이의

시작이 되어주었답니다.


그래도 취학 전에는

줄 세우는 것을 그대로 그려 넣기도 하고

모든 잡다한 것들을 적는 것을 즐겼기에

무엇보다 소중한 공간이라

생각이 듭니다만,


그래서 저희 집에는 보드 마카를

색깔별로 상자 채 사 두고 떨어지지 않게 하지요.


요즘에는 같이 사는 퍼그 산동이 녀석이

이 보드 마카를 물고 씹어대는 통에

아이는 감춰두고 쓰고

다시 신경 써서 플라스틱 상자에 숨겨 놓느라

나름 애를 먹는 것 같더군요.



십진분류표로 책을 분리한다고 임의로 붙여놓은 기호 종이 테잎
두 달 여 동안 읽은 해리포터 십진분류표! 이제 시작이구나 아들 흠.





제가 시집 출간으로 인해

아이와 함께 하는 여름 방학 휴가가

늦어지고 있었던 것이 십진분류표 세계로 또 들어가게 만들었네요.


보통 때라면 방학 시작하자마자

시골로 내려가서

외갓집 방바닥에서

뒹굴며 멍 때리고 있거나

뜨거운 땡볕 아래 낚시를 한다고

소란을 피웠을 텐데요.


더위도 참아주고,

이렇게 혼자서도 잘 놀고 있지요.

음, 엄마한테 붙어서 수다를 한창 떠는 것 빼곤

자주 이렇게 텔레비전도 안 보고

혼자서 잘 놀아주어 편할 때가 많답니다.


발레 창작 공연도 한 번 다녀오고,

물놀이도 다녀오고,

6월 9일부터 읽기 시작한

해리포터  24권(1권-7권)을

방학이 시작되자 미친 듯이 읽기 시작하더니

마무리를 하더군요.

적지 않게 많은 것들을 했네요.


벌써 방학을 다 마무리한 듯 보이지만,

더위를 피해 우리 모자는 도서관을

피서지로 삼고 며칠 그곳에서 책을 읽었죠.

물론 저는 다른 작업들을 하느라 아이 신경도 못 썼고요.



엄마!
도서관처럼 책 분류를
하고 싶어요.



자 이 말과 동시에

많은 책과 매체를 동원해 연구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천 여 권 정도 넘는 듯한,

그렇다고 이천 여 권이 넘지 않은 듯한,

책이 우리집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음.

우선 분류하는 대로 숫자를 적어놓는다더군요.

안방으로 책을 데리고 들어가

노트북에서는 십진 분류표를 켜 놓고

적고 있는 아이를 봅니다.


음, 이번 방학도 빨리 가겠구나! 하면서요.

 

작가의 이전글 마음을 쓰다_나미래 첫 시집「마당과 정원 사이 」 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