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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Aug 31. 2017

이웃집의 배롱나무

동탄 에이 힐스_이웃집의 정원 이야기


우리 모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웃집 정원의 배롱나무.


<이웃집의 배롱나무, 나미래>



이웃집 정원에는

계약서 없이 반월세로

배롱나무가 살고 있다


지난달에 밀린 월세는

빗물의 눈총을 받으며

선홍빛 꽃이 되어 갚아냈다


밀린 월세 재촉하지 않는

큰 주인집 부부에

때 늦은 초록 연정 내보이네


속 모르는 이웃집 아들

여름 돈벌이에 살갗이 터진

배롱나무 붙잡고 간지럼 태운다


이끼 이불에 가을의 정을 숨기고

머리수를 채워 넣을

찰나의 새봄에도 재계약을 하겠지


<이웃집의 배롱나무>









이곳 동탄 에이힐스에는

많은 이웃들의 정원들이

계절의 색감을 입어가고 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다른 공간의 느낌을 제공하겠죠.


이웃을 걸쳐 정문을 나서야 하는

매일의 일과에서

배롱나무에 눈을 맞추는 것을

빼놓지를 않습니다.


아들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간지럼을 태우면

잎이 움직인다'라는

국어책의 이 몇 마디에

과학적 증거를 들기 위해 손을

올리기도 하지요.


배롱나무는 참 강인한 나무 같습니다.


여름 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을 내놓고 땀을 흘렸을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현장을 돌아다니며 안전화 속에서

굳어버린 발의 굳은 살점을

보여주는 남편의 발 같기도 같습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골목길에 든든한 배롱나무가

늘 바라보고 있어 좋습니다.


올해는 몸살을 앓고 있는지 힘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귀한 나무로 대접받는 옛 명성을 떠올려

뿌리를 잘 내리고 푸짐한 꽃잎을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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