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이미 가을 문턱을 올라탔다
가을이 온다
새로운 날을 달려
대문 앞에 이른
구름길의 인사에
화들짝 가슴앓이
방충망 빗금 사이로
초록의 입김들이
얼기설기 문턱을 오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비가 우려낸
햇살 차 한 잔 마시고 나니
밤하늘이 안부를 묻는다
밤 이불을 데워준다
언제 꽃물을 올렸나
하늘길에 어깨를 올려
생명수를 받는 샤프란(실란)
별이란 문자를 새겼다
저물녘 반 토막의 그늘은
열정이 지나간 자리를 위로할 거야
이슬을 닿게 할 거야
그리고 계절의 보약을 먹겠지
잉태하는 많은 생명들을 존경해
초가을 다짐을 받으며
오스틴 장미 점박이 병을 치료했지만
빗물에 그 깊은 가시를 다시 보았네
국화꽃 속에 숨겨놓은
밤이슬을 데려오고 싶어
주름진 겉옷에 묻은
여름 기억들을 닦아둔다
가을이 왔다
<가을, 나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