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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Sep 12. 2017

영감님의 언어

이웃집엔 알 수 없는 언어를 내뿜는 개 영감님이 산다





어젯밤에는 글쎄 달이 이웃인 우리집으로 마실을 나왔다. 어른들이 정원 앞에서 만나 수다를 떠는 동안 의자에 깔아 둔 전기장판의 열을 어떻게 감지했는지 나의 자리에 대신 앉아 글을 쓸 참이다. 이웃집에는 달이 살고 있다. 11년을 산 영감님이다. 동네의 많은 사람들에게 '다리 다리 다리'로 불리며 자연스레 친밀감을 확보해둔 녀석. 엄마가 집에 없으면 울어재끼는 소리가? 언어가? 사뭇 슬프기도 하고 애달프기도 하다.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따라다니기도 한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이 영감님의 일상은 이제 우리 이웃들이 서로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동네의 많은 개들은 영감님의 그 울림의 울음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 제법 시끄럽게 짖어댈 법도 한데 다행히 함께 떠들지 않아 이 녀석 하나로 끝날 수 있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오히려 이웃의 어느 개 한 마리가 어떤 이유로 집을 지키는 울음이 발생할 때는 나비 현상일까 도미노 현상일까 함께 우는 소리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우리집 산동이도 그 일원에 포함되어서인지 불편함이 일상에 섞인다.





이렇게 잘 생긴 달. 더 나쁜 병에 걸리지 않고 사람들과 잘 사는 방법을 자신은 알고 있는데 사람들이 못 따라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잠깐 시로 옮겨놓았다.






<영감님의 언어, 나미래>


이웃집 다리 영감님

팔순이 되어가는

개(犬)의 ‘달’씨는

‘다리’가 되어

이웃이 부릅니다

이웃을 부릅니다


자음과 모음

그리고 받침이 만든 외자

그 하늘의 이름은

사람들의 입에서

자음과 받침을

풀어놓게 하기도 하지요

  

주인 엄마가 없으면

성량 깊은 울대로

흔들어대는 그 언어

옆집의 난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외로운 내 모습을 봐야 하니까요

마을에 함께 사는 동료들도

다리 영감님의

외로움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10개월 전부터 우리들은

묵계의 약속을 했어요


이웃 줄라이 언니

옆집 지호 언니

앞집 포비 오빠

이웃 곰 오빠

더 넘어 앵두 오빠

우리가 그랬잖아요


우주의 먼지가

되어 가고 싶어서일까요

외로움이라 쓰고

짝사랑으로 읽어야 할까요

거리의 풍경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다리 영감님은

오늘도

엄마를 기다리며

목을 다듬습니다


우리집 엄마는

다리 영감님의

언어를 풍경삼아

문장을 그려 넣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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