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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Mar 15. 2018

박새,꽃으로 다시 태어나길

나미래의 詩詩한 정원 이야기, 자연의 생명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2018.3.15, 푸릇푸릇 장미꽃이 되었다 꽃차의 그림자가 되었다 꽃받침이 되었다 하는 매발톱 새싹들.



봄비가 다시 적셔주는 마당 정원으로 나와본다.


며칠 전,

아프고 아픈 애잔한 마음으로

박새 한 마리를 떠나보냈다.


지난해부터

널따랗지도 않은

마당과 정원과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 쥐 녀석을 발견했다.


집안에도 들어왔던 녀석의 친지들을

골탕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

쥐덫을 두었는데

박새가 먼저 그 함정에

걸려들었다.

 

얼마 전에는 반려견

산동이도 그곳으로 진격해

발에 찐득이를 떼는 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애기사과나무 밑에 묻어주었다.

녀석의 혼이

자신의 박새 이름을 달고

뜰 안에서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본다.








<박새꽃으로, 나미래>


늦가을 햇볕 잘 쐬다

겨울바람 등살로

그 빛 약해질 때


쥐 몇 마리 땅을 긁고

구멍 집을 만들고 있더라

둥글고 깊게 작고 단단하게

눈에 멀어진 곳으로

숨어들었던 너라는 녀석

집안을 배회할 때도 있었어

그 식솔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살아가는 게 그런가 봐

싫다고 피할 수만은 없는

바람 섞인 쉰 소리를 지르며

멍을 한가득 내려놓기도 했지


동안거(冬安居)를 하는 동안

한두 번은 외출을 할 줄 알았어

구멍 앞에 놓인 덫을

너는 밟아주어야 했으니까  


찐득이는 그 발판 위에

네가 올라타야 했잖아

박새가 깃털 내려

쉬어가는 봄바람 타기 전에


산다는 것은 그래

운의 갈림은 자연에도 있었지

쥐도 쥐답게 살게 해 줄걸

욕심이 애먼 박새를 잡았네

뜰 안에 박새꽃으로

다시 태어나시게,


<2018.3.15>




나미래의 詩詩한 정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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