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詩詩한 정원 이야기, 자연의 생명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봄비가 다시 적셔주는 마당 정원으로 나와본다.
며칠 전,
아프고 아픈 애잔한 마음으로
박새 한 마리를 떠나보냈다.
지난해부터
널따랗지도 않은
마당과 정원과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 쥐 녀석을 발견했다.
집안에도 들어왔던 녀석의 친지들을
골탕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
쥐덫을 두었는데
박새가 먼저 그 함정에
걸려들었다.
얼마 전에는 반려견
산동이도 그곳으로 진격해
발에 찐득이를 떼는 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애기사과나무 밑에 묻어주었다.
녀석의 혼이
자신의 박새 이름을 달고
뜰 안에서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본다.
<박새꽃으로, 나미래>
늦가을 햇볕 잘 쐬다
겨울바람 등살로
그 빛 약해질 때
쥐 몇 마리 땅을 긁고
구멍 집을 만들고 있더라
둥글고 깊게 작고 단단하게
눈에 멀어진 곳으로
숨어들었던 너라는 녀석
집안을 배회할 때도 있었어
그 식솔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살아가는 게 그런가 봐
싫다고 피할 수만은 없는
바람 섞인 쉰 소리를 지르며
멍을 한가득 내려놓기도 했지
동안거(冬安居)를 하는 동안
한두 번은 외출을 할 줄 알았어
구멍 앞에 놓인 덫을
너는 밟아주어야 했으니까
찐득이는 그 발판 위에
네가 올라타야 했잖아
박새가 깃털 내려
쉬어가는 봄바람 타기 전에
산다는 것은 그래
운의 갈림은 자연에도 있었지
쥐도 쥐답게 살게 해 줄걸
욕심이 애먼 박새를 잡았네
뜰 안에 박새꽃으로
다시 태어나시게,
<2018.3.15>
나미래의 詩詩한 정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