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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Apr 13. 2018

가슴의 온도를 높이다

4월이 오면, 봄이 오면, 봄비가 내리면, 그날 바다를 생각한다


<T.s. 엘리엇>의 '황무지'란 詩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표현한 대목이 나온다. 4월의 봄에 역설적인 표현이라고도 하며, 난해함을 표현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시는 아직 핫 hot하다고 생각한다. 4월만 되면 모든 생명과 사물들이 애써 아픔을 감추고만 있는 것 같기에. 또한 계속 인용되기에. 4월은 분명 나의 마음속 저변에 잔인한 달임을 강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아들의 초등학교에선 4월이 되면 과학의 날 행사를 크게 한다. 모든 수업은 과학의 날 행사에 맞게 각종 체험으로 대체를 하는데, 학교에서 만들어온 물품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엄마, 오늘 행사에서 비즈공예를 했는데요. 이거 보세요. 세월호 리본 만들었어요."

"어, 리본이네. 과학의 날에, 학교에서 세월호 리본을 만들게 했어?"


아! 학교가 달라진 느낌을 받으려 하는 찰나,


"노란색이 길게 남아서요. 제가 만들어봤어요."

"누가 가르쳐 준 게 아니라 네가 만들었다고."

"다른 아이들하고 같이 만든 게 아니에요. 곧 세월호 4주기라 생각나서 혼자 만들어봤어요. 테이프만 조금 감으면 되더라고요. "


아들의 말을 듣고 가슴이 뜨거워진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의 인성과 재능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고 했다. 다른 할 말이 무어 필요하겠는가. '말이 아니라 행동이 나를 대변할 것이다.'라고 했던 <존 플레쳐>의 말을 생각하게 했다.


함께 기억해준 아들의 마음에게 고맙다 인사를 하며.





<봄비가 내리면*, 나미래>    

  

어둠을 데려온 봄바람은

빗소리에 묻히어 사라지고

흐느껴 울어댄 아이들의 눈물만 남았다


곱게도 고이도 자라났던

생명들의 거울들 달아나고

바다에 남겨둔 숨소리는 봄소식 듣는다


빗방울 뛰어와 토닥토닥

꽃잎들의 행진에 위로받고

위로한 하늘로 가족 소식 소소히 알린다

 

바다에 찾아온 하늘 소식

위로하는 영혼들 함께하고

봄비에 대지로 뿌리내릴 아침을 맞는다



<부제: 세월호, 어찌 잊겠습니까?, 나미래>


*세월호 아이들을 위해, 2017년 1.2월, 격월간 <서정문학> 53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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