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시시詩詩한 정원 이야기, 5월의 비를 맞는다
<5월의 비, 나미래>
비가 와
비가 와
초록 초록한
5월의 비
기쁨이네
2018.5.2.
일주일 여 동안
집을 비우고 여행에서 돌아왔더니
정원에선 봄의 소식이 대단하다.
살짝살짝 키를 키워
보는 이를 설레게 하는
작약의 자태에 감동이 아닐 수 없다.
하얗고 붉은 작약의
그 고운 향기가 어서 오기를 기대해본다.
(흰 작약은 향기가 좋지 않았고 붉은 작약의 향기가 은은하다.)
꽃잔디는 너울지고 있었다.
비가 오니 무거워진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흙냄새를 맡는 것 같다.
작년에 화산석 정원을
들일 때 심었던 앙증맞은 녀석들.
계절의 흐름에 지지 않고 월동이 잘 된
알프스 안개꽃이다.
내가 없는 사이
사뿐히
고즈넉하고 청조한 모습을 드러내었네.
이렇게도 화려한 녀석은
조금 수줍어하는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매발톱 군락지가 된 정원에서
처연한 분홍색의 옷을 입은
매발톱 꽃이름이 아름답지 않아
안쓰럽다가도 참 사랑스럽다.
'모란이 피기까지'라는
안치환의 노래가 생각난다.
5월의 상징적인 노래.
저 남도의 노래.
5월의 아픔의 노래.
모란은 부와 명예를
상징한다하여
옛 조상들이 마당 주변에
즐겨 심었다는 꽃이다.
꼭 부와 명예가 아닐지라도
탐스러운 꽃과 그 향기가
은은하게 날리는 정원의 풍경에
눈은 그 피로를 잊는다.
그럴 것이다며.
그런 모란이 집에서 날개를
펼치려 한다.
하얀 모란은
설움에 떨지 말고
활짝 피어내길.
콩과의 허브식물인 에니시다는
(에니시다는 일본말, 우리말로는 노랑 싸리, 금작화, 향기 싸리라고 함)
노란색이 참 선명하다.
테이블 위에서 봄을 즐기는 모습 제대로다.
잔디가 죽은 곳을 남천으로 가렸는데
역시 봄을 안고 잘 자라고 있다.
이끼는 5월의 비로 더욱 푸르러지고
파라솔은 줄기를 더 뻗어나갈 것이다.
남편과 아들과 합작한 곳은
가족의 정성이 더욱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테이블에서 작업을 하면
편안한 각도로 보이는 곳이다.
거의 대부분 작년에 월동되어
자란 야생화와 나무들이
제 자리를 잊지 않았다.
정원을 가꾸면서
가장 먼저 들여놓은 작약이다.
아버지에게 받은 뿌리를 키우다
한 뿌리 더 집안으로 들였더니
정원이 풍성해진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일주일 정도 꽃이 살아 있으면서
곱고 상큼한 향을
날려 줄 것이다.
찔레꽃도 울타리를 타려 하고
큰꽃으아리도 줄기 뻗어 꽃을 피우리라.
20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