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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Apr 09. 2018

4월의 정원

나미래의 詩詩한 야생화 이야기, 봄이 날아오르는 마당과 정원 사이


또다시 봄이 왔습니다.

마당 정원도 어느새 말끔하게 봄옷을 입고 있네요.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한창 봄을 심고 있는 중입니다.

화산석 정원을 앞마당에 배치하고

벌써 일 년이 지났습니다.

겨울 속에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주고 있던

야생화들이 하나 둘 꽃잎을 펼치기 시작했다지요.





목이 긴 봄꽃 야생화.

이름을 뒤늦게 알았어요

 '록키봄맞이꽃'입니다. 

토종 봄맞이꽃과 애기봄맞이꽃과 

약간 잎이 모양이 달라

이름 찾기에 애를 먹었는데

아무래도 다양하게 변종되다보니

 이름이 특이합니다. 


작년에 씨방이 터지고 그 자리에서 바로

새싹이 돋아 꽃을 피우고 씨를 맺기도 했어요.

가을 무렵 다시 싹을 티운 녀석들은

그대로 생장이 멈추어 겨울 동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더군요.

앙증맞고 소담스러운 꽃잎이

사랑스럽습니다.





뒷마당 울타리 아래에는

수선화가 누구보다 먼저 몸을 올립니다.

꽃샘추위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꽃잎을 펼치는 게 아주 더디기만 합니다.

여러 포기의 알뿌리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심어져 있지만,

4월 말쯤이 되어야 꽃잎의 그림자를

보여줄 것 같네요.






'꽃 뱀무'입니다.

무언가 끔찍한 이름 뒤에

주황빛이 너무 매력적인 야생화입니다.

월동을 해서 꽃을 피운 녀석입니다.

화산석 사이에 몸을 의지하고

겨우내 푸른 잎도 조금 간직한 채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아이입니다.





'토종 앵초(흰꽃)'입니다.

돌담 사이에 숨어 큰 잎이 시원하게 자라더군요.

벌써 청조하게 흰꽃을 피었습니다.





'인디언 앵초'입니다.

인디언 추장의 머리 모양을 닮아서

인디언 앵초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직 꽃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꽃대를 숨기고 있네요.

길게 올리고 꽃을 피워낼 그 시간을

기다려보겠습니다.





'도라지(흰색 꽃)'의 새싹이 오르기 시작했네요.

관상용으로 심어둔 지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도라지 뿌리의 크기도 제법 자랄을 테지만,

건드려 보지 않았습니다.

씨를 맺고 씨를 내려 또다시 땅 위로

오르는 녀석들은

제 눈 안에서 보배가 될 것 같습니다.





'목단(모란)'입니다.

올해는 나무로 겨울을 나는 목단을

두 묘목 심어보았네요.

흰색 꽃과 빨간색 꽃을 피우는 두 녀석.

성장이 기대됩니다.





'큰꽃으아리(클레마티스)'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꽃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정성을 들인다는 의미입니다.

넝쿨식물(덩굴식물)인 이 녀석은

생장의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올라가는 지지대만 있으면

강하고 안전하게 제자리를

잘 찾아 나섭니다.





클레마티스(큰꽃으아리)

그 종류도 다양해서 꽃 이름이 상당합니다.

마치 조화를 보는 듯한 꽃 모양과

원색적인 색감인데도

인위적이지 않아 매력적입니다.





겨울 동안, 다 죽어버린 것 같은

가지에서 새순이 돋는 것을 보면

참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집에 많이 들여온

큰꽃으아리(클레마티스)

봄을 누구보다 먼저 맞더라고요.

그런데 가장 튼실하게 보였던

뿌리의 줄기에서

전혀 새싹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생명을 다했나 보다 하며

아쉬워했었지요.

물론 슬프기도 하고요.

어떻게 겨울을 보냈기에

숨을 쉬지 않나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혹여나 하고

이끼와 흙을 걷어내 보니

연초록의 새싹이 움트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희망을 보았습니다.

사랑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뒷마당에서는

큰꽃으아리(클레마티스)가

정원 아치를 타고 오를 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화려한 5월에서 8월까지의 멋진

시간을 보여줄 듯합니다.


오전에 책을 읽다 말고

뒤늦게나마 살아나 얼굴을 보여준

클레마티스 새싹을 위한

짤막한 시 한 편을 썼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마음과도

같았던 심정입니다.

기다려주는 부모의 마음.

늦으면 어떻습니까.

천천히 가는 길도

다른 길이 될 수 있으니까요.





<큰꽃으아리(클레마티스), 나미래>


이제 걱정하지 말라고

근심을 심었더니

봄을 꺼내 주었다




 

작년 이맘때 마당 정원 조경을 하고

적었던 시와 꽃들의 모습입니다.



https://brunch.co.kr/@mire0916/127



<야생화 마당, 나미래>


화산석 사이마다

흙모래를 넣으니

뿌리가 붙들려 와

꽃들의 집이 지어졌다


구멍 뚫린 돌 아래

부딪쳐 머뭇거리는

부끄러운 바람

꽃잎을 건드린다


꽃볼을 간질이는

초록 바람 덕에

꽃잎 하나둘

허공에 봄을 수놓는다


노랑머리 꽃

화산돌 골짜기에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서 그저 몸을 낮추네


파스텔 무지개 꽃잎들

머리 올리고

맑은 표정으로 살아난

돌담에서 하루가 가슴 벅찬다


사르륵, 사르륵

흔들리는 꽃잎 어깨에

화답하는

나비의 입술이

도톰해진다



<나미래의 詩詩한 정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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