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詩詩한 에세이, 음악이 주는 즐거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연주를 마치고 온 아들은 몇 번이고 자신의 동영상을 보고 또 본다.
화성오산교육, 어울림 한마당에서 반송초등학교 오케스트라부 단원들이 그동안 연습으로 일궈낸 [클라리넷 폴카]의 실력을 가감 없이 발휘한 순간이었다.
아들은 자신이 연주한 바이올린의 흐름과 전체 악기의 맞춤의 강약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했고, 또한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다른 악기를 다루고 있는 형, 누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바쁘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다는 것은 ‘그 누구도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과의 어울림을 통해 이뤄낸 과정은 너의 성장에 더 빛을 발할 것이다. 공부도 좋지만, 음악으로 조금은 옆을 보면서 살자.’라고 오케스트라에 합류할 것을 설득했던 엄마의 말을 오늘 기억했는지 모르겠다. 아들이 오케스트라부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 여름방학, 아들은 새로 산 어색한 바이올린을 들고 자신의 학교 오케스트라 캠프에 참석했다. 조금은 아니 많이 무거운 발걸음이었을 것이다. 오케스트라 멤버로 넣기 위해 학교에서 안내된 신청서에 내 마음대로 서명을 하고 난 것이 화근이었다. 1학기 때 참가 신청서를 내고 싶었지만(그렇지만 실력이 되지 않았다.) 아들은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난 다음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테스트를 거치고 싶다고 했다.
음악이 앞으로 이 녀석의 길이 될 것이라고 자부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줄 아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심어주고 싶었기에. 바이올린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조금씩 다뤘던 악기였다. 방과후 수업으로 바이올린을 등록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던 터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피아노 수업을 받는 곳에서 함께 연주 공부를 시켰다.
이렇게 아들에게 취미는 취미로서 살려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바이올린 수업에 흥미를 못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언제든지 그만두라면 그만둘 것 같았다. 싫다고 딱히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학원 시간에 의무적으로만 마치고 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2018학년도 2학기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반송초등학교 오케스트라부는 2016년 6월 3~6학년 학생 57명으로 창단되었다. 3학년이 시작되었던 봄 학기부터 오케스트라부에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은 실력이 따라주지 않았던 자신감의 결여였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내게 아들이 그랬다. “엄마, 실력을 좀 키우고 신청하고 싶은데요.”라고. 그런데 2학기에 모집 요강을 보니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모집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분명 나는 조금은 부족한 실력이라도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들 몰래 신청서를 내고 어떻게 말을 꺼내나 걱정을 하고 있을 찰나 여름방학 캠프에 참여해주라는 안내를 통보받았다. 이렇게 쉽게(?) 단원이 되어버린 것에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그런데 아들은 ‘엄마의 과욕으로 나의 의사를 무시했다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가 어렵게 신청서 사연을 꺼낸 내게 한 첫 문장이었다.
무척이나 당당함으로 이 상황을 빠져나가는 아들의 언변력이 대단했다. 나 또한 지기 싫었지만 논리로 따지고 드는 아들에게 이길 길은 만무했다. 그러니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금 치졸한 상황으로 치닫게 한 것은 감정 컨트롤을 못한 내 잘못에 있었다. 앞서도 언급했듯 단원이 되면 다르게 느껴질 일상생활에 대해 목 놓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바꿔주지 않았던 바이올린을 사준다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들의 마음이 크게 바뀌진 않았겠지만 악기를 이전보다 더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방과후를 들어가게 됐으니 일주일에 한 번 다니는 학원은 끊자고 하니 "그대로 두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방과후랑 학원을 같이 하면 실력이 좀 더 늘겠는데요."란다.
<대화>
입말의 대화는
숨을 내려놓고
손으로 그 말 전하니
△2018.10.5, 화성오산교육, 어울림한마당에서 반송초 오케스트라부 연주곡 '클라리넷 폴카'
시인과 정원
나미래의 詩詩한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