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의 정원이야기 Dec 25. 2018

1. 소소정 타운 일기, #옥상

<나는 타운하우스에 산다> 옥상을 오르는 즐거움!



  차를 타면 창문을 먼저 내리는 습관이 내겐 있다. 좁은 공간을 넓게 보이게 하는 장치 중 하나로 생각하여 창문을 열고 먼 곳의 풍경 상태를 먼저 살피는 것이다. 공기마저 시원함이 묻지 않으면 답답해하는 성질을 가진 나의 성정 때문이리라. 많은 사람의 희망과 바람일 수도 있겠지만, 특히 나는 닫혀 있는 공간보단 열린 공간을, 막혀 있는 풍경보다는 넓게 펼쳐진 풍광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파트를 거부하고 마당 딸린 타운하우스로 이사를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악스러운 겨울 찬바람 통에 주택 창틀 여기저기에서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도 반가울 때가 가끔 있다. 바람이 남아 있다는 것은 온통 하늘을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던 철거머리 미세먼지를 날려버리고 왔을 것이니까. 우리집에는 이런 찬바람을 맞을 곳이 몇 군데가 있다. 그중에서도 나와 아들이 좋아하는 곳. 바로 계단을 올라 다락방과 연결이 되어 있는 옥상이 그곳이다.

 




  옥상 북동쪽으로 야트막한 야산이 하나 있다. 낮은 산이지만 높고 창대한 주변 아파트의 네모난 각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도시에 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듯하게 도시를 가려버리는 곳. 책상에 앉아 있거나 옥상에 올라서면 순환하는 공기를 맛있게 집어 먹을 수 있는 곳. 또한 거대한 몸짓을 불린 참나무 곁에 있어서인지 걷지 않아도 피톤치드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어디 그뿐이던가 여러 주민의 눈을 푸르러지게 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소확행(소소하게 확실한 행복)을 누리는 셈이다.

 

  


  타운하우스 주택 옥상이 갖는 장점은 지붕이 뚫린 곳의 하늘은 전부 우리의 차지라는 거다. 높은 하늘을 차지한 값은 생각지 않은 곳에서 어마어마한 값을 이미 지불하기도 했다. 찬바람이 걷히는 날이면 더 높고 넓게 보이는 하늘을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아들은 비행기를 본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갈림길이 집에서 가깝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엄마, 우리집 3킬로 근처에 비행기 항로 갈림길이 있는 거 아세요.”

  “무슨 갈림길?”

  “비행기를 계속 보면서 우리집 왼쪽으로 날아가고,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차이를 알게 됐어요.”





  그렇다. 우리집 근처는 서울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나눠지는 갈림길의 지근거리에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머리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는 서울 김포공항으로, 자신이 서 있는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가는 것은 인천공항으로 향한다는 친절한 말을 해준다. 항공 레이더를 함께 보면서 알게 된 아들의 항공 지식의 덩어리가 커지고 있다.

  계절의 향내를 맛있게 뿌려주고 넓은 하늘을 다 가지라 속삭인다. 아들에겐 비행기 항로를 내어주다니. 2018.12.25.



https://brunch.co.kr/@mire09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