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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Feb 27. 2019

2. 소소정 타운 일기, #아이들의 골목

나는 타운하우스에 산다, 천사들이 사는 골목길





지난 19일은 우수이자 음력 1월 대보름이었다.

이날 오전 내 잿빛 하늘 속에서 쏟아진

물기 가득 안은 눈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녹아 물이나 비가 된다.'는 우수에

단지의 골목에 얀 눈을 가득 채워주고 간다.

이 눈이 귀한 물이 되고 비가 되겠지.





겨우내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눈이 오는 풍경 후기는

마을 골목길 구석구석에

겨울 동심이 가득 차 있었다.


2014년에 개봉된 '겨울왕국'의

올라프 모습도 보인다.

냉장고 안에서 소심하게 내왔을

당근의 동심도 즐겁다.





3월 초 출산을 앞두고 있는

반려견 퍼그 산동이(3살)도 눈이 쌓인

시원한 골목길에 나가자고 한다.





동탄 에이힐스 타운하우스에

아름다운 천사들이 등장하는 날은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이다.


조용히 싸리 빗자루를 들고 나와

휘리릭, 휘리릭, 눈을 날리며

골목을 치우고 돌아서는 이웃들이 많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그런 것'처럼.





아이 키만 한 눈사람을

만들어낸 이웃은 여러 사람들에게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안겨주었다.


며칠이 지나도

녹지 않았던 눈사람은

봄바람이 몸을

흔들고 있더라.





철이 들어도 너무 들어버린 2월의 겨울.

아파하는 계절이 낳아놓은 눈물은

쓸어 담아도 골목을 다시 지배한다.

여러 사물들의 발자국을 그려내고야 만다.





정원의 식물들은

이 눈을 몇 잔 받아먹고

푸른 물로 배가 부르겠지.


우리 단지 타운하우스에도

이제 봄이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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