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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Nov 24. 2016

#26의성어, 의태어 이야기

나미래의 육아 이야기_글쓰기 과제물 속에 들어갈 재미있는 말 찾기


 

  “엄마, 오늘 글쓰기는 일기래요.”

  “그래? 간단하겠네.”

  “근데요. 엄마, 재미있는 말을 넣어서

    써야 한대요.”

  “재미있는 말? 무슨 말?”

     

  추상적인 주제에 궁금증이 더 유발됐다. 알림장을 확인해 보니 역시 ‘재미있는 말을 넣어 자세하게 일기를 쓰기’였다.

     

  “재미있는 말은 의성어나 의태어를 넣어서 쓰면 되는 거래요.”

  “아? 그래. 그렇구나. 지금 그거 배우고 있니? 너는 어떤 주제로 쓸 건데?”

  “미리 정해뒀죠! ‘학교 가는 길’로 생각해 뒀어요.”

     

  어느 순간부터 아이의 글쓰기에 잔소리를 하는 행동을 멈추고 있다. 스스로 쓰고 내게 의견을 물어올 때까지 참기로 한 것이다. 의성어와 의태어의 차이점을 확인하기 위해 오늘은 아이가 내게 도움을 먼저 요청한다. ‘학교 가는 길’에 들어갈 만한 의성어나 의태어를 모아 놓는 작업을 1차로 하고 있는 듯했다.


의성어는 동물과 사람의 소리의 표현이라는 것과 행동과 태도를 나타내는 의태어


대한 차이점을 확인하고 말을 찾기 시작했다.

     

  “일기가 이렇게 길어도 돼요.”라고 묻는 아이는 이미 생각을 자유자재로 펼치며 글을 써 내려갔다. 연습용으로 한번 써본 노트를 내게 보이며 엄마의 의견을 묻는다. 전체 손을 댈 수 없는 아이의 글은 연결만 부드럽게 해 주는 것으로 멈춘다.

     

  문학적인 표현을 빌어내며 적어내고 있는 신선한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을 많이 읽는 습관은 반드시 문장으로 발현된다.


는 엄마의 말을 맹렬히 신봉하고 있는 아이. 그 아이가 요즘 쉬는 시간에도 책에 묻혀 산다는 말을 내게 살짝 전한다.

     

  “엄마, 쉬는 시간에 책을 읽는데, 친구들이 내가 이상하대요.”

  “왜? 뭐가 이상하대?”

  “나는 책을 읽는 게 노는 것이라 그랬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은 뭐래?”

  “응 친구들은 무슨 책이 노는 거냐며. 책 보는 것은 공부라면서.”

  “그래? 그런데 말이야, 너 너무 책만 읽고 있으면 친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그건 아니에요. 지금은 다들 친하게 지내니깐 괜찮아요. 놀 시간에는 놀거든요.”

     

  

아이와 이렇게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다 감사할 때가 많다. 자신 주변의 친구 얘기와 학교 얘기를 자연스럽게 해 주는 아들을 보면서 아들에 대한 선입견을 벗겨낼 수 있었으니까. 아들도 말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내 아이로 인해 성향 파악을 하였으므로. 정말 육아에는 정답이 없는 말이 맞지 싶다.


아들의 생각을 읽는 것이 즐겁다. 아들의 글이 재밌다.  아이도 글을 쓰며 즐거웠으면 좋겠다. 내 욕심이 너무 큰가?

 




<학교 가는 길>


나의 집은 학교에서 1.5킬로가 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마다 학교까지 겅중겅중 뛰거나 걸어서 약 15분이 걸린다.


나의 집에서 학교에 갈 때 3가지의 이동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서는 쌩쌩 달리는 자동차, 걷기보다 빠른 자전거,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한 걷기가 있다. 10월부터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만 걷기는 자전거나 자동차보다 좋다.


지금 걷기를 다시 시작한 이유는 겨울이 되면서 몸에 오싹오싹 한기가 들었기 때문이다. 걸어서 학교를 가다 보면 낙엽이 싸늘하게 떨어져 거리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나무 위를 보면 아직도 친구들을 따라 내려오지 못한 나뭇잎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가끔씩 나는 ‘눈이 오면 이 나뭇잎이 떨어질까?’하고 생각에 잠기곤 한다. 학교 근처에 오면 아이들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와글와글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는 횡단보가 있기 때문이다. 그 근처에 가면 항상 아이들이 많이 있어 걸음을 재촉할 수 없다.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는 멀지만 학교 가는 길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학교 가는 길이 즐겁다.


<반송초등학교 2학년, 최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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