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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n 18. 2020

5월과 6월의 정원, 자연의 답을 듣느라고!

나미래의 詩詩한 정원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기를 이제 정리합니다


<6월 17일 개화한 붉은 꽃양귀비, 5월과 6월의 봄꽃>



자연의 대답을 듣느라,

뜰에 피는 꽃을 따라가다 보면 글을 정리하는 짬을 잊고 만다.

앉아 있게 하지 못하는 마법이 숨어 있는 자연이 아닐 수 없다.

핑계다. 핑계다. 그렇다. 자연이 나에게 핑계를 대지 말라한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이라는 시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너도 그렇다 >라고 했다.
나미래 시인은 ‘꽃잎’을 두고 <자주 보아야 들린다/낮게 보아야 들린다/네가 꽃이 되는 소리>라고 말한다.

  

최근 시인이 움직이는 정원에서의 동선을 가장 잘 묘사한 짧은 글이 아닌가 싶다.   



<정문과 앞마당에 활짝 핀 줄기장미와 분홍색 영국 오스틴장미, 5월의 봄꽃>



정원의 시간에 빠져 있는 사이 태양의 열기는 지붕 위를 붉게 달궈놓고 있었다. 여름의 길은 그 사이 봄꽃들에 마지막 향연을 펼치게 했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화려했던 꽃잎들을 껴안기도 한다.

 


<6월 초, 뒤뜰의 아치에 뒤늦게 핀 클레마티스 녹턴, 5월과6월의 봄꽃>



활발했던 아들의 초등학교도 코로나 19로 오랫동안 작은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혼자서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기에 답답한 시국이긴 하지만 슬프고 우울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사양하고 집에서만 지내는 집순이 생활도 나름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다. 무엇보다 정원에서 가꾸는 나무, 장미넝쿨, 봄꽃과 여름꽃의 야생화들이 행복의 기운을 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5월 중순, 앞마당에 핀 안젤라 찔레장미, 5월의 봄꽃>



작년 6월 초순, 10여 일 이상의 여행으로 아들과 둘이 집을 떠나 있던 적이 있었다. 봄과 여름에 걸쳐 화려한 성장을 하는 꽃의 정원을 두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던 것이다. 여행 자체에 흥분되어 집에 있었던 꽃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었다. 남편이 반대하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위험하다고 반대를 하시고, 남편 지인들은 더 반대했던 아들과 엄마의 여행(여행 노잣돈 한 푼도 챙겨주지 않으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마시라!). 아들이 계속해서 고민하고 계획했던 여행, 나는 카드만 얹은 그 여행이 드디어 실현되고 있는데 정원에서의 소소한 꽃들의 사정을 생각할 겨를이 있었겠는가.

 


<6월 초, 뒤뜰에서 청면한 색감을 올린 블루별수국, 6월의 여름꽃>



시베리아 횡단 열차 3등석을 타고 일주일간 그 안에서 생활하기란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기회가 된다면 혼자서라도 다시 한번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보고 싶다. 그곳에 멍하니 앉아 다시 한 번 그곳의 풍경을 보며 글을 쓰는 시간을 갖고 싶다. 혼자 가보고 싶다는 염원을 아들 앞에서 보이자 아빠를 설득하는 일은 자기가 나서겠단다. 언제나 다시 그 소원이 이루어질까?  



<5월 중순의 앞뜰의 영국오스틴 장미,5월의 봄꽃>



여행 이후, 노트를 붙잡고 적어둔 시를 다시 정리하며 여행을 발자취를 편집의 힘으로 가미를 했어야 했는데 시간은 다른 사건들로 먼저 채워져 버렸다. 우리의 조국 때문에 가을이 참 어지럽게 찾아와 떠났고 복잡한 겨울이라며 나는 또 글쓰기와 자료 정리에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5월 초의 활짝 핀 백작약, 5월의 봄꽃>



날씨가 풀리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차분해지려나 했다. 글을 쓰려 노트북에 손을 얹거나 습작과 시모음 노트에 펜을 잡을라치면 꽃들이 자꾸만 나를 부르는 게 견딜 재간이 어디 있겠는가. 최근에 시작한 정원의 이야기가 유튜브를 타고 흘러 나가는 것도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일상이 되어버렸다. 신문물을 따르다 다른 시간을 쓰게 되니 일 년 전에 다녀와 쌓인 러시아 여행 노트에서 아직도 글을 꺼내오지 못하고 있다.



<앞뜰 아치에서 넝쿨장미와 함께 사는 클레마티스 백설공주: 5월 초 개화, 5월의 봄꽃>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야 하는 여름 속사정. 이젠 창문 밖을 바라보며 정리해둔 정원의 자연이 주는 각본없는 대본으로 빠져들면 될 것이다. 이젠 나도 게으름을 내려놓고 작년에 다녀온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기가 여행 에세이의 활자로 돌아올 계획을 품어본다. 어떤 제목이 좋으려나?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 기간 중, 시를 쓰며 메모를 쓴 노트와 여행 후 자료 정리 노트>


<2019년 6월, 러시아 붉은 광장 야간 풍경>


<좌: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 중 잠깐의 휴식과 우: 모스크바에서 돌아올 때 탑승한 대한항공 비행기 앞에서>




<5월의 정원, 봄꽃>과 <6월의 정원, 여름꽃>을 몇 장의 사진으로 소개해보았습니다. 

정원의 식물들이 주로 출연하는 유튜브도 열었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flhLSFzLx4N1OmlwinFN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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