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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an 19. 2020

세 번째 시집 <가을은 외롭지 않았다>발간 즈음에!

나미래 시인의 시詩 이야기!


시인의 말 : 사람이니까


  세 번째 시집의 글감을 모으는 일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그 이전의 글들, 그리고 다듬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다르게 적어낼 시들을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시집은 완성도와 글 작업이 무척 더디어지고 있었다. 상반기까지 준비된 원고 외 노트에 詩가 채워지지 않은 채 그대로 멈춰버렸다는 것. 재촉하지도 않고 그렇게 나는 자연스레 오늘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늘 그렇게 화려하기만 했던 여름도 지난해는 자연스럽지가 못했다. 친정 방파제 주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며 ‘방파제에서(p.34)’라는 시를 썼던 며칠 후, 오빠의 장례를 치러야 했으니까.





<방파제에서>


‘방파제’라 쓰고

‘낚시터’라 읽는 곳

남자는 잿빛 바다의

어린 시절을 그려내고

그 남자의 아들은

오늘을 켜켜이 눌러

가슴팍에 챙겨놓지

할아버지 장인 정신

야위고 누렇게 빛나

낚싯대 길을 따른다

철 고리에 걸린

얕은 바다 터줏대감

고무신으로 받아냈던

그 어린 망둥어 꾀어

한 가족 기쁨을 세웠지

비구름의 희생양

자연과 사람 풍경

아내의 사각형

홈으로 들여보내고




검붉게 타오른 가슴을 진정시키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른 계절이 뒤엉켜 있었다. 평소 그에게 친절하고 따

뜻한 유정이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을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빠를 천상으로 보낸 이후 ‘여름휴가2(p.8)’는 그의 그림자가 그곳에서만이라도 더욱 밝고 활기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여름휴가2>


이제 한자리에 모였네

색깔이 다른 사람들

빛이 숨겨진 사람들


그곳 소주 한 병 얼말까?

친구들이 많아 다행이겠다

병째 마시지 않아도 되어서


한 잔, 두 잔, 그 잔에

여러 얼굴들 묻어 두고

여름 이슬 묻었으려나


휴일을 받아낼 때

손재주 춤을 췄겄만

떠난 자리엔 그림자 기울었네


타오르지 못한 장작

그을린 연기에도

기침 소리 들리지 않네


문턱 넘어 건넨 하얀 종이

엄마에게 되돌린 영혼이었나   

천상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며




    가을이 되자 친정 가족들 사이를 돌아가며 꿈속에서 헤매던 그였다. 늦가을까지 푸른 잎을 늘린 비닐하우스 수박 넝쿨에게 여름 내내 물을 올렸던 오빠를 어찌 잊어낼까 엄마는. 이 모든 것들을 보듬고 싶은 마음은 ‘가을은 외롭지 않았다(p.20)’라는 문장으로 갈무리하련다.


그래도 되려나?





 <가을은 외롭지 않았다>


바다를 데린 물보라와

길을 잃은 바람이

훑은 고갯길 옆 둔치


말끔히 차려 입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가

손 내밀며 악수하재


따라가지 않았어

여름보다 가을이

더 아파오려 하잖아


침대에 입을 걸친

아이의 개꿈에서도

용돈을 주고 가던 길


아이들에게 남긴

기나긴 사연의 보험금을

쪼개 주고 갔던가


삭연해진 그의 엄마

마음속에 외롭게

들어가 앉은 그대여!


몸에 든 게 많아

흔들렸던 그 여러 고개

선택하지 않고 살아간 정


여름을 안은  

텃밭 수박 몇 덩이

둥글게 남겨놓고


다른 가을이 외롭지 않도록

그가 챙겨간 가을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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