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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Dec 30. 2016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_나미래

애완견 '토리'를 보내면서

지난 11월 28일, 토리의 글이 다음 브런치 메인에 떴었다.
털이 많이 자란 토리.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가는 제가 더 마음 아프잖아요


심장병!

이미 두근거림이 많았던 그 병,

제 몸을 아프게 조여왔었죠!

약으로 버티며

더 이상 한계가 있다는 것은

서로 알면서 침묵하고 있었잖아요


11년, 그동안 많이 행복했어요

그렇지만,

제 몸을 누군가 만지는 게 싫었던 건

어릴 적, 장이 꼬인 그 트라우마 때문이었죠


동생에겐,

그 녀석이 태어나고 난 이후

제 몸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

두고두고 조금 후회스럽습니다


숨이 멎은 후,

저의 몸을 처음으로 쓰다듬고 싶다며

움직이는 그 손길을,

사람 동생의 맘을,

왜 미리 받아주지 못했을까요?


몇 번의 병마와 수술로

우여곡절 끝에

삶의 연장의 희망을 주신 기억 속

장면들을 이제 안고 갑니다


'그래도 우리랑  행복했지?'

엄마가 지켜주는 시선 앞에

고개 대신 눈빛으로 끄덕입니다

말없이 눈으로만 올려다본

그 자리에서의 온기와 애정을

기억하겠습니다

간식에 눈이 먼 제가

어제 하루종일 고개를 돌렸었죠

힘들다고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만,


날짐승이 제 몸을 비틀까봐

고인돌을 장치하고

정성스레 몸을 제 이불로 감싸주었죠

'왜 추울 때 하필 떠났냐'

우는 엄마에겐

이 한 마디 올려요

"아빠가 파주신 깊숙한 그곳에서

춥지 않게 보낼게요"


새로 산 밥은 먹어보지도 못하고
아린 정만 주었어요

한 주먹 넣어주신 그 밥
맛있게 먹고 있을게요

식구들 목소리 다 듣고 떠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반짝이는 별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나미래> 


토리야 조심히 잘가. 내가 너를 시골에서 데리고 다시 집으로 온 게 너에게 제일 잘한 일 같아.


https://brunch.co.kr/@mire09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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