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토리'를 보내면서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가는 제가 더 마음 아프잖아요
심장병!
이미 두근거림이 많았던 그 병,
제 몸을 아프게 조여왔었죠!
약으로 버티며
더 이상 한계가 있다는 것은
서로 알면서 침묵하고 있었잖아요
11년, 그동안 많이 행복했어요
그렇지만,
제 몸을 누군가 만지는 게 싫었던 건
어릴 적, 장이 꼬인 그 트라우마 때문이었죠
동생에겐,
그 녀석이 태어나고 난 이후
제 몸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
두고두고 조금 후회스럽습니다
숨이 멎은 후,
저의 몸을 처음으로 쓰다듬고 싶다며
움직이는 그 손길을,
사람 동생의 맘을,
왜 미리 받아주지 못했을까요?
몇 번의 병마와 수술로
우여곡절 끝에
삶의 연장의 희망을 주신 기억 속
장면들을 이제 안고 갑니다
'그래도 우리랑 행복했지?'
엄마가 지켜주는 시선 앞에
고개 대신 눈빛으로 끄덕입니다
말없이 눈으로만 올려다본
그 자리에서의 온기와 애정을
기억하겠습니다
간식에 눈이 먼 제가
어제 하루종일 고개를 돌렸었죠
힘들다고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만,
날짐승이 제 몸을 비틀까봐
고인돌을 장치하고
정성스레 몸을 제 이불로 감싸주었죠
'왜 추울 때 하필 떠났냐'
우는 엄마에겐
이 한 마디 올려요
"아빠가 파주신 깊숙한 그곳에서
춥지 않게 보낼게요"
새로 산 밥은 먹어보지도 못하고
아린 정만 주었어요
한 주먹 넣어주신 그 밥
맛있게 먹고 있을게요
식구들 목소리 다 듣고 떠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반짝이는 별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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