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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지기 Oct 18. 2020

우리는 백업을 피할 수 없다



  망각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이 기록이라면, 백업(backup)은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1. 백업이란 기록이자 자기 복제다.


2. '보험'의 다른 말이 바로 '백업'이다. 자가 백업이야 말로 가장 저렴한 보험이다.


3. 컴퓨터를 남에게 맡기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컴퓨터를 남에게 맡기지 않을 때도 잊어서는 안 되는 행위다.


4. 컴퓨터를 이용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면 꼭 기억해야 할 영어가 있다. Ctrl + S, Save as 그리고 Export.


5. 백업을 하지 않아 소중한 자료를 잃었던 경험이 있다면 그 중요성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자료가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더 뼈저린 아픔을 느낀다.


6.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치 앞도 예측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말을 해 줘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7. 백업에 있어서는 스마트폰도 예외가 아니다. 저장공간이 많다며 자랑할 게 아니다. 그만큼의 백업 공간이 필요해지니까.


8. 당연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웬만해서는 선뜻 가르쳐 주지 않는다.


9. 괜찮겠지 하고 방심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거나 입히기도 한다. 잘못하다가는 예상치 못한 때에 인생의 전환점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10. 즉각적인 보상이 없어서 그런지 누구나 귀찮아한다. 그래서 자동 백업을 꿈꾼다.


11. 자동 백업 기능이 백업을 하는 데에 오히려 방해가 될 때도 있다.


12. 모든 디지털 정보는 최신 백업이 원본이다.


13. 저장 기술과 매체가 바뀌면 또다시 백업해 줘야 한다. 정보가 사라지는 이유는 그것을 담고 있는 매체가 수명을 다하기 때문이다.


14. 백업의 백업도 안심할 수 없다. 많아지면 버전 관리가 필요하다. 원본을 지키기 위해 백업했는데 나중에는 백업도 관리해야 할 지경에 이른다.


15. 모든 물리적 매체에는 기한이라는 한계가 있다. 클라우드도 물리적 매체에 의존한다. 물리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는 가상이란 없다.


16. 백업의 유효기간은 저장한 뒤 안심했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질 때까지다.


17. 비록 보장이 안되더라도 믿지 못한다면 백업은 소용이 없다.


18. 전자기기가 아닌 것도 백업이 필요하다. 인간의 역사는 지금까지 백업에 의해 전승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안타깝게도 인생은 백업으로 되돌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동안 백업을 외면할 수 없다. 삶의 질은 백업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백업을 한다. "아마 괜찮겠지"와 "혹시 모르니까"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 미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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