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지기 Mar 29. 2021

알고리즘도 자각할 수 있을까?


유추는
은유로부터 생기는 능력이며,
서로 다른 것을 연결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 김경일 (인지심리학자)


A : 봤지? ‘유추’란 인간만이 가능한 능력이라고!


B : 지금까지는 그렇겠지. 앞으로는 달라질 거라고 봐.


A : 그게 무슨 말이야? 뭐가 어떻게 달라져?


B :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도 유추하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A : 그게 어떻게 가능해?


B : 딥러닝 네트워크가 은유를 배우기 시작하면 그런 능력을 갖게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믿고 있어.


A : 인공지능이 은유를 배운다니? 자기 자신을 자각하기라도 한다는 거야?


B : 꼭 자각할 필요는 없어, 물론 자각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정의를 내려야 하겠지만, 필요에 따라 모사 simulation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알파고가 자기 자신을 자각해서 무적이 된 것은 아니잖아.


A : 그건 그렇지만, 기계가 은유를 구사할 줄 안다는 건 좀 두려운데?


B : 두렵기는! 지금 인공지능은 소설도 쓰는데. 하긴, 미지의 세계라고 하면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지.


A : 기계가 유추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 정말 사람의 손이 필요 없어지는 거 아니야? 지금도 직업이 없어진다고 말들이 많은데, 유추하는 기계라... 과학은 물론이고 문화와 예술도 엄청나게 변하겠는데?


B : 인공지능을 만드는 이유가 뭐겠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잖아. 그리고 그 문제 해결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처럼 유추하는 데까지 개발될 거라고 봐. 아니, 이런 전망...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유추'할 수 있지 않겠어? 생각해 봐. 컴퓨터라는 게, 인공지능이라는 게 모두 인간의 능력에 대한 은유라고.


A : 그렇게 말한다면야 뭐.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꼭 유추하는 능력을 가져야만 할까? 인공지능이 계산한 해답을 보고 "기계가 유추를 했구나"라고 판단하는 건 사람이라고. 기계가 아니라.


B : 그 말은, 기계가 해답을 내놓아도 기계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는 말이야?


A : 그렇지. 네가 말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꼭 자각한 뒤에 답을 내놓는 게 아니잖아? 기계가 비교를 반복하고 알고리즘에 의해 최적화된 해답을 내놓았을 때, 이를 자각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최소한 유추했다고 볼 수 있을까?


B : 그러니까, 알고리즘도 유추까지는 필요 없다, 이 말이군.


A : 유추란 인간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라고. 그리고 기계는, 다시 말해 알고리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필요 따위는 없다고. 알고리즘과 유추는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봐.


 B : 그럼 물어볼 게. 예를 들어, 만약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냈을 때, 너는 알고리즘으로 문제를 푼 거야 아니면 유추로 문제를 푼 거야? 사람의 유추가 인공지능에서는 곧 알고리즘 아닐까? 알고리즘을 유추로 볼 수 있다면 기계가 자각한 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A : 나도 하나 물어볼 게. 문제를 해결하고 답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넌 자각한 상태에 있는 거니 아니니?


B : 음... 대답해 볼 게. 먼저, 나는 사람이야. 그리고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까, 자각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겠지. 거기다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으니까 문제 해결 알고리즘도 장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유와 유추까지 가능한 존재지.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주어진 능력이고, 주어진 것을 바탕으로 개발시킨, 다시 말해 업그레이드시킨 능력이므로 내 속에 있는 이런 것들은 하드웨어에 설치된 소프트웨어처럼, 다 알고리즘으로 이미 설치되어 제공된 것 아닐까? 태어날 때부터. 학습 알고리즘이 장착된 거지. 그런 의미에서 기계가, 즉 알고리즘도 사람처럼 생각하고 나아가 자각까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A : 너의 비유는 잘 알겠어. 그런데, 그것을 왜 '알고리즘'이라는 프레임만으로 설명해야 하지?




위의 글을 만약 사람이 아니라 어떤 알고리즘이 작성한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알고리즘은 단순한 학습 결과일까요 아니면 알고리즘과는 독립된 새로운 능력일까요?


▨ 미래지기

작가의 이전글 <사진 이야기> 브런치 매거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