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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retrato : 셀카

왜 모국어는 외래어에 무능력한가?

by 미래지기

'셀카'는 '셀프 카메라'의 준말입니다. 영어 'self camera'를 짧게 줄인 말인데, 그것도 표준 영어가 아닌 '콩글리시' 영어입니다. 'Self Camera'는 'Self-Portrait'를 뜻하는 한국식 영어입니다.

Self-Portrait : 자화상(自畫像)

우리나라에서는 '셀카'라고 부르는, '카메라로 자기 자신을 촬영하는 행위'를 영어권 국가에서는 'Selfie'라고 합니다. 이 말은 올해의 단로 뽑혀 2013년에 옥스퍼드 온라인 사전에도 등재되었습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말은 2005년에 사진가인 Jim Krause에 의해 처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Selfie /ˈselfiː/ (Self + ie)

'셀카'라고 하든 '셀피'라고 부르든 간에 우리말 순화어도 있습니다. '자가 촬영(自家 撮影)'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말 한자식 순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셀카 : 자가 촬영(自家 撮影)

'Selfie'는 전 지구적인 현상입니다. 브라질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브라질에서는 포르투갈어를 모국어로 씁니다. 포르투갈어는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언어지만, 최근 들어 영어권에서 들어오는 신조어의 물결에 나름대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selfie' 대신 쓸 수 있는 말로 Self-Portrait 에 해당하는 'autorretrato'라는 낱말을 권장합니다.

autorretrato [아우또헤뜨라뚜]

이 낱말은 2016년 초부터 시행한 포르투갈어 새 정서법(Novo Acordo Ortográfico)에 근거하여 그 표기가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auto-retrato'로 썼습니다.

auto : 자동, 스스로
retrato : 초상화, 사진
autorretrato : 자화상, 자가 촬영
porta : 문
porta-retrato : 탁상용 액자
estrangeirismo : 외래어
neologismo : 신조어
pau de selfie : 셀카봉

'스마트 기기로 자기 자신을 촬영하는 행위'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없었던 개념이자 놀이이며 문화입니다. 하지만, '셀카'를 '자가 촬영'으로 순화 한들, 또 아무리 'selfie'를 'autorretrato'로 쓰자고 권장 한들, 한 번 굳은 말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왜 모국어는 이처럼 외래어에 대해 무능력한 것일까요? 왜 사람들은 모국어에 없는 말을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비슷한 말이 존재해도 캐내어 쓰지 않는 것일까요?

새로운 개념은 이를 표현할 새 옷, 새로운 어휘를 필요로 합니다. 모국어에서 어휘를 만들어 새로운 개념에 연결하는 일은 시간이 필요한데, 막 들어와 자리를 잡으려는 현상은 이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국어에 존재하는 어휘가 새로운 개념을 표현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이미 예전의 개념으로 꽉 차서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는 낱말은 새로운 개념이 봤을 때는 불 필요한에 불과합니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누가복음 5:37)


모국어는 살아 숨 쉬며 끊임없이 새로운 개념에 대응하면서 사라지고 다시 태어납니다. 그 도전이 내부에서 일어나든 외부에서 들어오든. 몰려오는 외래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감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잘못 뿌리내리고 있는지 아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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