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백지처럼 태어납니다.
그리고는 일상이라는 반복의 굴레 속에서 살아갑니다. 의미를 반복 속에서 발견하고, 새로워짐과 성장도 반복 속에서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반복이란 인간의 조건이 됩니다.
아이린 7집의 네 번째 트랙으로 준비한 <흰 종이>입니다. 브런치에 쓴 글을 바탕으로 노랫말을 만들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FXUmlKuiYs
< 흰 종이 (White Paper) >
노랫말 : Danny Lee
배가 불러도 몇 시간이 지나면
또 밥 생각이 나, 어김없이.
밑줄 그어둔 문장도 다음 날엔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몰라.
쉬고 또 일하고 잠들고 깨어나서
오늘을 살아가, 어제처럼.
우린 악보 위에 그려진 음표 같아
쉼표 없인 노래가 될 수 없어.
채우고 비워내는 일을 반복하지.
그걸 삶이라고 부르는 거야.
다시 흰 종이를 꺼내
내가 썼던 걸 또 써 내려가.
아무도 대신할 수 없어.
내 손으로 직접 배워야 해.
누구나 백지처럼 태어나.
언제나 처음인 것처럼
흰 종이 위에 오늘도
나를 써가는 거야.
사전을 펼쳐도 내가 찾는 말은
14세기 어원만 손을 흔들어.
10년을 고생해서 익힌 언어도
이 시대를 지나가는 동반자일 뿐.
확신했던 단 하나의 낱말조차
평생토록 내 곁에 있진 않아.
사람도 말도 다 지나가고
기억은 또 기록이 되지.
한 세대가 지나면 역사가 되어
아리송한 수수께끼로 바뀌어.
그래도 우린 열망해.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계속
어쩌면 그 반복이
살아있다는 의미야.
다시 흰 종이를 꺼내
내가 썼던 걸 또 써 내려가
아무도 대신할 수 없어.
이 손으로 직접 써야만 해.
지식은 유전되지 않아.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흰 종이 위에 또다시
나를 써가는 거야.
채웠다 비웠다 반복하며
우린 늙어가고 또 살아가.
채웠다 비웠다 반복하며
내 삶의 이야기를 적어가.
흰 종이 위에
난 오늘도.
▨ 미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