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본 일: 이름에 오타, 레퍼런스 에러,
논문을 쓰다보면 주저자로 들어가는 것이 있고 공저자로 들어가는 것이 있다. 공저자가 되는 날에는 좀 마음이 여유롭다. 뭔가 주저자 논문은 앞에서부터 꼼꼼히 보면서 오타가 있는지, 여러 저자가 쓴 용어들이 통일성이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하는데 공저자가 된 날에는 내 파트만 보내면 마음편히 누군가가 합치고 다듬어주길 기다리면 된다. 그렇게 다듬어진 논문은 최종 체크를 위해 이메일로 한 번 날아오게 되는데, 보통은 자기가 쓴 파트만 잘 들어가 있으면 "네 이상없습니다~"라고 알림을 보낸다. 특히 Method와 Result에는 크게 관여를 하지 않고 Discussion에 관여하는 사람이 되는 경우에는 남이 준 결과값을 믿고 문헌을 뒤져서 작성한 것이니 위치만 이상한 데에 안 들어가 있으면 전체 논문을 안 읽어보는 경우도 많다.
그 날도 바쁜 어느 날이었다. 최종 논문 한 번 확인해달라고 해서 대충 내 파트가 제대로 들어갔나 본 뒤에,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곧이어 교신저자분께서 저널에 제출하였는지, 저널에서 확인 메일이 왔다. "당신은 본 논문의 공저자로 등록되었으니~~" 뭐 이런 식으로. 흘깃 보니 ORCID를 연결하라는 말이 없어서 읽음 표시를 해두고 다시 내 업무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달 후, Revision이 와서 그제서야 논문을 다시 확인해보는데 웬걸, 내 이름에 오타가 나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 외에도 대충 확인한 바람에 아래와 같은 사건들이 발생했었거나 발생할 뻔했다.
- Reference 에러: 이게 변명을 하자면, 서지정보 프로그램을 너무 믿어서 발생했던 문제이다. 예를 들어, World Health Oragnization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출처에 넣었을 때, 해당 프로그램이 Organization이 성이고 World H.가 이름인 저자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에는 반점을 찍는 형식으로 우회해주어야 하는데 그걸 안 하고 내버렸고! 그걸 아무도 확인을 안 하면! 출처가 잘못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월드 H. 올가니제이션입니다 무려 월드 T.올가니제이션과 가족이죠)
- 그림 에러: 논문에 내려면 '고화질의 그림'을 내게 되어있고, 대부분의 저널에서 300dpi로 맞춰달라고 되어있다. 그렇지만 설정을 바꾸지 않고 파워포인트에서 그림 그려서 저장하면 96dpi로 저장된다. 이게 연구를 계속 하던 사람이면 자연스럽에 PPT 설정이 되어있겠지만 논문을 처음 써 보거나 몇 개 안 써본 친구가 포함되어 있다면 완전 저화질의 그림을 낼 수 있다.
- 약자 문제: 여러명의 저자가 있을 때 흔히 있는 일인데, 예를 들어 Alzheimer's disease라는 용어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논문이라고 하자. 그러면 AD라고 줄이는 게 일반적이니까, AD라고만 작성을 하는 사람이 있고 꾸역꾸역 Alzheimer's disease라고 모든 본문에 넣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합치는 과정에서 첫 번째 용어만 전체 용어를 적어주고, 이후에는 약자로 바꿔서 넣어줘야 하는데 간혹 오타를 내시거나 (ex. Alzhiemer's disease) 조금 변형해서 쓰시면 (ex. Alzheimer disease) 검색 기능에 잡히지 않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최종본의 자기 파트를 잘 읽으면 어? 내꺼는 AD로 안 줄여졌네? 를 의심하고 오타구나~하면 되는데 그걸 못 보고 넘어가면 그렇게 오타가 있는 full name으로 제출하는 것이다.
공저자라고 대충 확인하지 말자
주저자나 교신저자처럼 실적 인정이 되는 것도 아니고, 기여한 바도 적겠지만 너무 대충 확인하지는 말자. 그래도 창피하지 않게 세상에 내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p.s. 공저자님 (이 글을 보진 않겠지만...) 제가 모지리 주저자를 하고 있을 때 꼼꼼히 봐주셔서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