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딴지 걸기

딴지를 거는 것이 나쁜걸까

난 정말 딴지에 특화된 듯?

by 미레티아

저번에 친구랑 싸웠다. 싸우다 울었다. 난 너무 잘 우는 것 같다. 화나도 울고, 슬퍼도 울고, 답답해도 울고, 성질나도 울고. 그런데 그 친구가 하는 소리가 자신이 하는 일마다 내가 딴지를 걸었다고 했다. 난 딴지를 걸 만하니까 걸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하지 못했던 말, 우는 바람에 하지 못했던 말은, 난 네가 내 팀원이지만 Fail은 팀별로 주는 것이 아니고 개개인으로 주는 것이니 널 버릴 수도 있었다고, 버리려면 너에게 딴지도 걸지 않았을 것이고 그냥 가만뒀을 것이라고. 그걸 바라는 것이냐고 하고 싶었다. 사실 내가 좀 짜증도 많이 내고 틱틱거리기도 많이 했다. 그 점은 미안하긴 했다. 그런데 이미 끝날 일 가지고 이렇게 썼다간 나만 기분나쁘고 오늘의 주제는 아니니까 넘어가겠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딴지'이다.
다들 딴지 거는 것을 기분 나빠한다.
그런데 그게 나쁜 것일까?

딴지를 걸면, 좀 외국어를 섞어서 컴플레인을 걸면, 당장은 기분나쁘다. 나 같이 기분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사람이 기분 나쁠만한 날에 딴지 걸림 당하면 정말 기분 나쁘다. 그렇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난 딴지를 걸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진짜 잘못한 것, 실수한 것, 놓친 것 등이 있었고 고쳐야 할 점이 있었다. 그러면 화가 났던 것이 미안하다. 내가 직접 그 사람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아무 이유 없이 딴지 거는 것은 시비이다.

그렇지만 그 딴지가 시비가 아니라면

정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엔 다양한 생각들이 있다. 이 다양한 생각들은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 생각의 차이를 표명하는 것의 하나가 딴지를 거는 것이다. 언제나 완벽한 것은 없다. 완벽하지 않기에 그 문제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나 대상이 생긴다. 그런 사람이나 대상까지 포용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비록 그 해결책을 내가 찾지 못하더라도, 이건 이런 것 아닌가요, 하는 식으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융합탐구'라는 과목이 있다. 융탐이라고 부르는데, 그 수업활동에서 한 것 중 하나가 문제 제기를 먼저 하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를 고민했다. 우리 조가 했던 것을 잠깐 소개해보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유도블럭이다. 유도블럭은 눈이 오면 가려진다. 그러면 시각장애인들은 밖에 나가지 못한다. 이것이 우리의 문제제기였다. 그리고 해결책은 환경미화원이 쓰는 삽의 모양을 볼록볼록 튀어나온 모양에 맞춰서 설계하여 눈이 그 위에 얼지 않도록 하기, 보도블럭보다 눈이 빨리 녹을 수 있는 재질 사용하기, 온도가 바뀌면 색이 변하는 물질을 사용해서 눈이 쌓여도 그걸 뚫고 보일 수 있게 하기... 정말 해결책이...ㅠ.ㅜ


이렇게 세상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나씩 하다보면 그걸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집단 지성의 힘이 놀라우니까 어떻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딴지는 나쁜 것이 아니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부이다. 친구한테 거는 딴지도 마찬가지이다. 그 친구를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좀 표현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해야 기분 안 나쁘게 딴지를 걸지...


p.s. 이과라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끼리 말로 대화하는 것은 힘들다. 내 생각 정리해서 말하기도 힘들고. 준비해서 발표하는 것은 좋은데 우발적 발표(?)는 그 주제에 대해 내가 전에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상 힘든 것 같다. 난 글이 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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