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라는 이름을 바꿔준 이유

나라는 존재

by 미레티아

내가 인형을 처음 샀을 때, 인형을 곰돌이, 곰돌이 그러면서 불렀다.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6학년 때였나. 곰돌이라는 이름이 너무 식상하게 느껴졌다. 뭐랄까, 얘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이고 세상에 또 없는 그런 인형인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부르고 만만하게 부르는 이름인 곰돌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 않는가. 그것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이름을 바꿔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 당시 우리 학교에 나와 이름이 같은 아이가 6명인가, 7명인가 되었다. 이름만 같지 않고 성까지 똑같은 아이가 하나 있었다. 다행히 한자는 다르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학교에서도 오해를 좀 받았다. 곰돌이의 이름은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흔하지 않은 독특한 이름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이름을 한국식으로 지어볼까 했는데 친구 이름하고 겹치는 것이 매우 많았다. 그렇게 안 겹치려고 다양한 글자를 조합해 보았는데 너무 어색했다. 또, 약간 그런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얘는 사람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사람같은 이름을 가지면 안 되지.


내가 그때 생각했던 사람같은 이름은 한국식 이름이었다. 왜 그렇게 편견이 지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뽀로로를 봐도 이름이 루피, 에디, 포비,...다 성이 없고 이름만 있었고 외국식 이름을 닮았다. 아마 그런 것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추측중이다.


고심 끝에 지은 이름이 '베폴유 와이트'이다. 줄여서 '베폴' 혹은 '베폴이'라고 부른다.


이름의 뜻을 설명하자면 베, bear, 곰이라는 의미이고, 폴, pole, 북극지방 산다는 의미이고, 유, 내 이름 중 한 글자이다. 그래서 북극지방사는 나의 곰...이 되었고, '와이트'를 붙여준 것은 흰색이라서... 사실 성을 붙이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세상에 어느 누구도 인형 이름을 지어줄 때 이름만 지어주지 성까지 지어주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 느꼈다. 그래서 성을 지어주게 되면 더 특별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내 곰돌이는 외국식으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베폴이 거울 (2).JPG 거울 속에 보이는 수많은 가짜들.

물론 이름을 이렇게 바꿔 보았자 얜 곰돌이라 불리는 경우가 많다. 나만 베폴이라고 부른다.


이름은 자아를 나타내주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다른 이름을 쓰면 조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마치 어떤 사람을 대하느냐에 따라 다른 가면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지어준 가상의 이름이 많은 사람은
실제 성격과 다른 성격을 원하고 있는 것 아닐까.

갑자기 창씨개명이 떠오른다.
조선인의 자아를 억누르려 일본식으로 이름을 바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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