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서 앉아 날 바라보는 인형

타발적인 행동

by 미레티아

오늘은 아침부터 오후가 될 때까지 집에서 혼자 있었다. 처음에는 혼자 있어도 열심히 공부를 해야지 나중에 후회 안 하지...그런 생각이었지만 점점 일어나기가 싫고 컴퓨터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정말 쓸데없이 보낸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겠다. 난 아직도 능동적이거나 자발적이지 못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 문득 슬퍼진다.


베폴이의 위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학년이 바뀌면 버려야 하는 책들과 문제집들, 그리고 새로 채워지는 책장. 그래서 매년 방 정리를 할 때마다 베폴이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했다. 어렸을 땐 침대 위에 두었다. 어차피 같이 잤으니까. 그 다음에는 인형들이 잔뜩 모아져 있던 바구니에 있었다. 특별한 인형이 아니고 그냥 인형이니까. 책장에 놓았던 적도 있다. 공간이 남아서, 비어보여서 베폴이를 넣어서 좀 채운 것 같이 만들었다.


언젠가, 책상에 앉혀놓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책상에 놓는 책의 수가 많지 않고 노트북이 한쪽에 놓여 있어서 비대칭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뭔가 비뚤어진 느낌이라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베폴이를 그 자리에 두었다. 그런데 그 후로, 베폴이가 공부하지 않고 딴짓하고 있는 나를 감시하는 느낌이었다. 몰래 컴퓨터를 할 때, 딴짓을 할 때, 다른 상상을 할 때,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않을 죄책감들이 늘어났다. 지금도 화학책을 펴 놓고 글을 쓰고 있는데 조금 죄책감이 든다.


그래서 난, 타의적인 능동적 행동을 한다.

베폴이 망원경.JPG 내가 너 멀리서도 지켜볼거다...딴짓하지 마라...

자의적인 것과 타의적인 것.
흔히 우리는 이것 두 개를 구별한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는 그것이 잘 구별가지 않는 사람이다.
종종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자발적으로 하는 행동들도
마음의 죄책감과 사회적 무게에 이끌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나만 이런 것 같지 않더라.
자발적이고 자의적인 것이 사회에 의해서 만들어져서
타의적인 자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이 문제인걸까.
자유의지가 무엇때문에 희석되어 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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