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레티아 Oct 31. 2020

노래 부를 때 물이 필수인 이유

찬물이 좋아

난 노래부를 때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상생활 중의 목소리는... 날카롭다는 의견이 많지만...) 지금은 종교가 없지만 어릴 땐 교회를 다녔는데 당시 성가대 선생님이 나를 스카우트해갔다. 나는 성가대가 되면 결석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일찌감치 포기했는데 결석해도 괜찮으니까 성가대에 오라고 해서 정말 노래는 신나게 불렀다. 그래서 감리교 노래 부르기 대회도 나가고, 학교에서 밝고 맑은 노래 부르기 대회도 나가고 그랬다가 노래 연습하는 게 힘들어서 대회는 그만두었다. 그 뒤로는 그냥 음악 좋아하는 학생으로 지냈다. 

그러다가 작년 겨울에 방학 중에 할 것을 찾아보다가 합창 봉사활동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진짜 오랜만에 노래 연습을 했다. 노래 연습을 할 때는 물이 필수이다. 왜냐하면 노래를 몇 시간을 하다 보면 목이 아픈데 물을 마시면 좀 괜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물을 놓고 와서 급하게 근처 편의점을 찾아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노래하면서 목이 아프면 발성을 잘못하고 있다던데, 내가 혹시 잘못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 성대는 후두에 있는데, 왜 물이 식도로 들어가면 괜찮아지는 거지? (그러니까 물이 성대를 거쳐서 내려가는 것이 아닌데 왜 물을 마시면 괜찮을까?)

식도와 후두의 시상 단면. 출처: https://sites.google.com/a/mtlstudents.net/homepage/home/pharynx-and-esophagus
내가 가졌던 의문
1) 왜 노래를 하면 목이 아플까?
2) 노래로 목이 아플 때 물을 마시면 왜 괜찮아질까?

그리고 금방 그 질문을 까먹었다. 편의점 물 값이 너무 비싸서 고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좀만 나가면 마트 있을 것 같은데 시간 내로 갔다 올 수 있을까? 그냥 여기서 살까....?' 

어쨌든 그러다가 올해 유튜브에서 시간을 낭비하다가 그 이유를 알아냈다. (가끔 알고리즘이 쓸모 있을 때도 있는 것 같고...) 일단, 노래를 하면 목이 아픈 이유에 대해 보자. 우리가 운동을 오래 하면 팔다리 근육이 아프듯이, 성대근육도 오래 쓰면 아프다. 계속 움직이니까 열도 나고, 붓기도 하고.... 만약 노래를 시작한 지 몇 초만에 목이 아파진다면 발성을 잘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는데 몇 시간 동안 노래 부르고 목이 아픈 건 지극히 정상인 것이었다. 

성대 근육. 출처: http://www.rahulgladwin.com/medimages/index.php?level=picture&id=90
위 사진에서 좌측 2개가 tensor, 위쪽 중앙이 abductor, 나머지 3개가 adductor이다.
abductor는 바깥으로 벌리는 것이고 adductor는 안으로 모으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왜 물을 마시면 괜찮아질까? 그것은 얼음찜질과 원리가 비슷하다. 성대 근육이 과열되고 부었으니 찬 물을 넣어주면 부기를 가라앉혀주고 조금 진정을 시켜준다. 굳이 성대에 물이 직접 닿지 않더라도, 찬 물의 냉기가 전해지는 것이다(정확히 말하면 성대가 열기를 뺏긴다).

하여간 그래서 지난겨울에 물을 엄청 마신 것 같다. 무대 올라가는 날은 1.3L를 마셨다. 이 중 500ml는 그날 지하철이 고장 나는 바람에 중간에 하차해서 따릉이(서울시 자전거)를 타고 환승역까지 가느라 소비되었다. (환승역보다 두 정거장 전에 하차했기 때문에 금방 갈 줄 알았는데 길의 경사가 엄청 심해서 너무 힘들었다.) 나머지 800ml는 리허설을 너무 열심히 해서 목소리가 안 나오길래 마음이 급해서 수시로 물을 마셔댔다. 결과는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다음에 무대 설 일이 있으면 리허설을 대충 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여드름을 자꾸 뜯었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