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레티아 Oct 14. 2020

여드름을 자꾸 뜯었던 이유

어릴 적 잘못되었던 생각...

난 여드름이 좀 일찍 났다. 초등학교 4학년(한국 나이 11살) 때부터 이마와 머리의 경계에 노랗고 붉은 것들이 올라왔다. 거울을 보면 그 모습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자꾸만 화장실에서 여드름을 짜고, 뜯었다. 하지만 여드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당시 난 여드름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한 중학생쯤 되어서 났더라면, 아니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었더라도 사춘기가 뭔지 알았을 것이고, 여드름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또래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알았을 수도 있는데. 그래서 계속 없어지길 바라면서 뜯었다.

내가 여드름을 뜯은 이유는 '다 뜯고 새 피부 돋아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라는 짐작 때문이었다. 어릴 적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지고, 뛰다가 넘어지면 무릎에 상처가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상처가 있었냐는 듯 깨끗이 사라졌었다. 그러니까 여드름도 상처처럼 싹 뜯고 새 살이 싹 나면 나의 이마가 깨끗하게 될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그 생각도 했다. '칼로 이 부분만 싹 도려내고 꿰매면 안 되나?' (내가 실행력 없는 꼬마였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여드름을 뜯은 자리에는 새로운 여드름이 나거나, 매끈매끈하고 볼록한 분홍빛이 도는 살색의 뭔가가 생겼다. 난 그것이 새로운 형태의 여드름인 줄 알았다. 주변 피부보다 빨갛기 때문에. 그래서 뜯었다.

그러다가 여드름 뜯기를 그만둔 것은 엄마가 내가 여드름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가리키며 '새 살 돋아나니까 건들지 말고 가만두면 좋아질 거야'라고 말한 이후였다.

아니 이 매끈매끈하고 볼록한 것이 새 살이라고? 여드름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가 아니고? 주변 피부와 다르게 생겼는데? 

그 당시엔 의아했지만 일단 받아들이고 이후로 난 얼굴을 뜯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학기 병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왜 어릴 적 오해를 했는지 알아냈다. 바로 피부가 재생될 때 피부 부속기는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피부의 구조.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Human_skin

무슨 말인지 어려울 수 있으니 위 그림을 보자. 그림에서 뭔가 많은 것들이 있어 보인다. 갈색으로 뭐가 쭉 박혀있고, 나선형으로 꼬아진 뭔가도 있고... 그 많은 것들, 즉 땀샘, 피지선, 모낭 등이 피부 부속기이다. 이 부분은 상처를 입으면 재상이 안 된다. 따라서 재생된 피부는 땀샘도 없고, 피지선도 없고, 많은 것이 없는 매끈한 피부가 된다.

아문 피부는 땀샘이 없어 먼지가 붙지 않는다. 출처 페이스북 모어 사이언스: shorturl.at/uABFL

위 사진은 딱 피부 재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몇 달 전 페이스북과 여러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던 사진이다. 보면 새로 재생된 피부만 먼지가 안 붙은 것을 알 수 있다. 그 부분은 땀샘이 없으므로 땀이 안 났기 때문에 먼지가 붙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여드름을 없애겠다고 나 같이 멍청한 짓은 하지 말자. 에효, 이런 사실을 나이가 2배 먹은 시기에 알아내다니(현재 나이 22살)...ㅠ

매거진의 이전글 슈렉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