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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 Apr 01. 2024

바다 끝, 여기서부터 헤매기 시작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 을왕리해수욕장

https://youtu.be/GhjtRvanFas?si=qgwRbUQLhIe5xur7

최백호 「바다 끝」


1

괴로움은 어디에서 올까요?

사실 괴로움의 이유는

바다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을 겁니다.

하지만 종종 떠오르는

괴로움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한 스님께 들은 이야기 입니다.


"괴로움이란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없어서 생긴다.

네 몸이 있는 여기에 네 마음이 없고

네 몸이 있는 지금에 네 마음이 없다.

넌 계속 다른 곳에 가고 싶어하고

넌 계속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다.

네 마음이 떠나버린 공간만큼이

네 괴로움의 크기가 되고

네 마음이 떠나버린 시간만큼이

네 괴로움의 깊이가 된다.

네 몸이 있는 지금, 여기에 마음을 두면

네 괴로움의 이유라 생각했던 지금, 여기가

네가 머물러 쉴 수 있는 유일한 자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2024. 03. 31.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2

온갖 욕심 때문에

마음이 있어야 할 자리에

마음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때는 마음을 찾아

아무 바다에나 가고 싶어집니다.

내 마음은 몸뚱이를 닮아 수영을 못해서

바다 끝에 가면

파도 닿는 언저리에 쭈뼛거리며

쪼그려 앉아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차를 몰아 달려갑니다.

아무 계획이 없었는데

갑자기 달려갔습니다.

집에서 한 시간 이십 분.

정작 그렇게 간 바다는 번잡했고

시끄러웠고 흐리고 답답해서

마음에 썩 차지 않았습니다.


2024. 03. 31.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3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틀어도

갈매기 울음소리는 크게 들려옵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쓰고 걷다보니

위로 무엇이 지나가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건 좋습니다.


마음이 오래 자리를 비워서인지

마음 자리가 들떠있어서

거기서 가끔 시린 잇몸처럼

피냄새가 풍길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마음자리에서

서걱서걱 모랫소리가 납니다.

괜스레 모래사장을 꾹꾹 밟아봅니다.

혼자 서서 바다를 한동안

어울리지 않는 눈빛을 하고 서서 바라봅니다.


2024. 03. 31.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4

방랑이란 단어가 거창해서 그렇지

자주 가출하는 마음을 찾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헤매고 다녀볼 요량입니다.


돌아오는 길 등 뒤로 황금빛 노을이 지는데

룸미러와 사이드미러에 노을빛이 어려 있는데

정작 나는 노을을 등진 채 도망치고 있어서

그게 오늘 내 모습엔

어쩌면 잘 어울리는 일 같았습니다.


채 삼십 분도 못 머물 곳에 가려고

차로 세 시간여를 달려갔다 오는 일

그런 어리석음도

오늘 내겐 잘 어울리는 일 아닐까 싶습니다.


2024. 03. 31.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5

해도 지고

길도 어두운데

마음은 지금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요


그래도 바닷바람도 이제

조금 안온해진 시절이라

그나마 다행입니다.

매번 집을 나가 떠돌아다니지만

녀석 탓이 아니라 그런지

가끔 마음이 걱정됩니다.


어딘가에서 조금 멍해보이고

눈가에 어설픔과 두려움이 배인,

저 혼자 세상 짐 다 짊어진듯 지친 표정을 하고

괜히 억울해하며 자주 한숨만 짓는

그런 마음을 보시거들랑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미리 감사드립니다.


2024. 03. 31.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추신

이동 및 비용에 대한 정보를 남겨드리는 게

도움이 되실 것 같아

앞으로 제가 이동한 방식과 비용에 대해

마지막에 간략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엔 자가용을 이용했고

톨게이트와 기름값 합쳐서

약 5만원

주차는

을왕리공영주차장

이용했는데 종일권 4천원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천원 결제하고 나왔습니다.

주차장에서 해수욕장까지는

멀지 않아 걸을만 합니다.

다른 소비가 전혀 없었네요.

인터넷으로 보니 물가는 꽤 높은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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