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왜 공허할까?

[별세개반이상만 #37] 야마나카 요코 감독의 '나미비아의 사막'

by 양미르 에디터

'카나'(카와이 유미)는 도쿄의 에스테틱 숍에서 일하는 21살 여성입니다. '카나'의 삶은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죠. 외모가 빼어나 길거리에서 이상한 신청도 받고, 클럽과 밤거리를 쏘다니며 젊음을 즐기는데요. 하지만 '카나'의 내면은 한없이 공허하죠. 자기 자신에 대한 뚜렷한 목표 의식이나 가치관 없이 그저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갑니다.

'카나'에게는 헌신적인 남자친구 '혼다'(칸이치로)가 있는데요. 번듯한 회사에 다니는 그는 '카나'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카나'가 만취해 새벽에 들어와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챙겨주죠. 하지만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카나'는 자유분방한 매력의 예술가 '하야시'(카네코 다이치)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 '혼다'와의 안정적인 관계를 버리고 '하야시'와의 동거를 선택하죠.

4328_3369_4849.jpg 사진 = 영화 '나미비아의 사막'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처음에는 새로운 자극으로 가득해 보이던 '하야시'와의 관계는 점차 파괴적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둘 사이의 충돌은 평범한 다툼을 넘어 폭력적인 양상까지 보이기 시작하죠. 이 과정에서 '카나'의 본질적인 불안과 방황은 더욱 심화하고, '카나'는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공허함의 원인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면 '카나'는 유튜브에서 나미비아 사막의 영상을 보며 잠시나마 안정을 찾죠.


<나미비아의 사막>은 주인공 '카나'가 멍하니 시간을 죽일 때 보는 영상에서 따온 것인데요. '나미비아'의 어원 '나마(nama)'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로, 이는 '카나'의 내면에 자리한 공허함을 상징하는 은유로 작용하죠. 메마른 사막처럼 텅 빈 내면 세계를 가진 '카나'가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는 여정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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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라는 캐릭터를 정신분석학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카나'의 행동 패턴이 더 입체적으로 이해되죠.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카나'의 충동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은 깊은 무의식적 갈등의 표출로 볼 수 있는데요. '카나'가 안정과 보살핌을 제공하는 '혼다'를 거부하고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하야시'를 선택하는 행동은 일종의 '반복 강박'으로 이해될 수 있죠. '카나'는 무의식적으로 불안과 갈등이 있는 상황을 반복해서 찾아가는데, 이는 아마도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상처나 트라우마와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라캉의 시각에서, '카나'의 끊임없는 불만족과 갈증은 '결여'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는데요. '카나'는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대상을 찾지만, 그 대상이 결국 '카나'의 진정한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방황하죠. 이런 정신분석학적 해석은 '카나'라는 인물이 단순히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가 아닌, 현대 사회 속 청춘의 심층적 불안과 정체성 혼란을 체현하는 존재임을 시사합니다. '카나'는 단절된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거울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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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카나'의 행동에 이견을 달 수 있어도 카와이 유미의 탁월한 연기는 작품의 가치를 한층 높입니다. 카와이 유미는 '카나'의 내면 풍경을 자신의 육체와 표정, 목소리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해 내죠. 공허한 눈빛, 갑작스러운 감정 분출, 내면의 불안을 감추려는 듯한 거친 몸짓은 '카나'라는 인물을 살아 숨 쉬게 만들죠. 특히 감정의 기복이 심한 장면들에서 카와이 유미는 한 인간의 다층적인 심리 상태를 천의 얼굴로 표현하며 관객을 압도합니다.

작품을 연출한 야마나카 요코 감독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숨기지 않고 내가 직접 보고 느낀 진실을 그려내기로 결심했다"라고 밝히면서, "사랑은 상대를 상처 입히는 동시에 결국 스스로도 아프게 만든다. 그런 마음을 담아 이 시대에 어울리는 로맨스 영화, 그리고 혼란과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 젊음을 그린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솔직함은 영화의 기본 태도가 되어, '카나'의 벌거벗은 내면세계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방식으로 구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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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의 후반부 영상에는 나미비아 사막의 한가운데 오아시스의 물을 마시는 오릭스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이 상징적인 장면은 '카나'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의 열쇠를 제공하죠. 메마른 사막 한가운데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강인하지만 취약한 야생 동물 오릭스는 '카나'의 분신처럼 보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혼란스럽고 자기 파괴적으로 보이는 '카나'의 행동은 '카나'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이죠. 사회적 기대나 규범에 맞추기보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욕망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카나'는 때로 타인과 자신을 다치게 하지만, 그것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투쟁이기도 하니까요. ★★★☆

※ 영화 리뷰
- 제목 : <나미비아의 사막> (Desert of Namibia, 2024)
- 개봉일 : 2025. 05. 07.
- 제작국 : 일본
- 러닝타임 : 137분
- 장르 : 드라마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야마나카 요코
- 출연 : 카와이 유미, 카네코 다이치, 칸이치로, 호리베 케이스케, 신타니 유즈미 등
- 화면비율 : 1.43: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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