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개반이상만 #38]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디지털 시대의 위협을 다룬 전작 <데드 레코닝>(2023년)의 주제를 이어받아,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미래와 인류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지죠.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엔티티'의 힘을 소유하기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IMF' 팀은 권력의 균형보다 인류의 안전을 위한 불가능한 선택에 직면합니다. '에단'과 '그레이스'(헤일리 앳웰)의 관계가 깊어지고, 오랜 동료들과의 유대는 더욱 강화되지만, 그 과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희생도 따르죠.
<파이널 레코닝>은 전작 <데드 레코닝>의 사건 이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오리엔트 급행 열차'에서의 충돌 이후, '에단'은 '그레이스', '벤지'(사이먼 페그)와 함께 AI '엔티티'의 열쇠를 추적하기 위해 런던으로 향하죠. 그곳에서 '에단'은 루터(빙 라메스)와 재회하지만,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의 위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데요. '엔티티'의 능력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에단'과 그의 팀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치열한 추격전과 생존 싸움에 뛰어듭니다.
영화의 초반 한 시간은 요즘 블록버스터치고는 특이하게 느린 페이스로 전개되죠. 액션 영화에 기대를 거는 속도감 대신, <파이널 레코닝>은 지나치게 많은 정보와 인물 관계 설명에 집중합니다. 여러 장소로 관객을 급하게 이동시키면서도 정작 특정 장면이나 상황에 대한 맥락은 부족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을 자주 갖게 하죠.
일례로, 눈에 띄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 3>(2006년)에서 등장했던 '토끼발'에 대한 언급입니다. '오웬 데이비언'(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에단'에게 훔쳐오라고 지시했던 이 미스터리한 생물학병기는 당시 의도적으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전형적인 '맥거핀'이었죠. 맥거핀이란 알프레드 히치콕이 대중화한 영화 용어로, 플롯을 진행하는 데 중요하지만, 그 자체의 정체나 내용은 중요하지 않은 장치를 의미하는데요.
'토끼발'은 이러한 맥거핀의 교과서적 사례인데, 영화 내내 모든 인물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결국 관객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채로 영화가 끝나고 말았죠. 그런데 <파이널 레코닝>은 갑자기 이 '토끼발'의 정체를 밝히며 현재 이야기와 연결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오래된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떡밥 회수일 수 있지만, 새로운 관객들에게는 혼란을 주고 본래 맥거핀의 매력인 신비감을 해치는 결과를 낳죠.
다른 의아한 설정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2018년)에서 안젤라 바셋이 연기했던 '에리카 슬론' CIA 국장이 미국 대통령이 되어 있다는 점인데요. 대통령이라는 높은 직위는 영화의 스케일을 키우는 데 일조하지만, 정보기관의 수장이 정치인으로 빠르게 변신한 설정은 다소 무리해 보입니다. "거짓의 주인을 몰아낼 수 있다"나 "사이버 공간의 완전한 파괴"와 같은 대사들은 심각한 톤으로 전달되지만, 각본의 과장된 표현들은 때로 영화의 진지함을 방해하기도 하죠.
그러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원래 현실적인 설정을 지향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영화(1996년)에서도 헬리콥터가 기차 터널로 돌진하는 장면이 있었으니 말이죠. 게다가 이 시리즈의 진정한 힘은 바로 그 진지함에 있습니다. 약 30년 동안 '에단 헌트'와 '루터'는 세계를 구해왔고, '벤지'도 약 20년간 그들과 함께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인물들처럼 서로 비꼬고 경쟁하는 대신, 이 트리오는 시종일관 진정한 친구로 남아있죠. 친구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에단 헌트'의 캐릭터를 정의하며, 이는 관객들에게도 강한 공감과 애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여기에 한 시간만 지나면 <파이널 레코닝>은 완전히 다른 기어로 변속하는데요. '세바스토폴' 잠수함에서 펼쳐지는 수중 시퀀스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아프리카 상공에서 벌어지는 비행기 추격전은 지금까지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아찔한 순간들을 선사합니다. 특히 톰 크루즈가 2,400m 상공에서 시속 225km로 비행하는 비행기에 매달리는 장면은 60대 배우의 실제 스턴트라는 점을 알면 더욱 경이롭죠. CG가 지배하는 현대 블록버스터에서 이처럼 아날로그적인 리얼 액션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만의 고유한 매력입니다.
전작 <데드 레코닝>에서 시작된 종교적 상징성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지는데요. '십자형 열쇠'에 담긴 구원과 희생의 메타포, '그레이스(은총)'라는 이름의 캐릭터, 그리고 '에단 헌트'의 자기희생적 선택들은 모두 기독교적 서사를 연상시키죠. 특히 '에단'과 '그레이스'의 관계는 전작에서 '예수와 회개한 도둑'의 구도에서 이제 더 깊은 신뢰와 동반자 관계로 발전합니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이러한 종교적 알레고리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 안에 깊은 철학적 질문을 담아내죠.
영화의 핵심 주제인 AI '엔티티'도 현실 세계의 불안과 맞닿아 있는데요. 영화가 제작된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시기는 챗GPT부터 생성형 AI 이미지까지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대중화된 시기인데요. 작가와 배우 노조 파업의 주요 이슈 역시 AI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이널 레코닝>의 '엔티티'는 단순한 공상과학적 요소가 아닌 현실의 불안을 반영한 메타포죠. '엔티티'가 '종속체'가 아닌 '독립체'를 의미한다는 점은 통제를 벗어난 기술에 대한 인류의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렇게 '할리우드 최후의 액션 스타'라 불리는 톰 크루즈의 헌신과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비전이 만나 탄생한 이 영화는 평범한 오락을 넘어 우리 시대의 기술과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죠. 마지막으로, '파이널 레코닝'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 마무리의 성격을 갖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둡니다. 톰 크루즈의 나이를 고려하면 '에단 헌트'로서의 여정이 언젠가는 끝날 수밖에 없지만, 영화는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한 암시도 남기죠. 어쩌면 <미션 임파서블>의 세계는 앞으로도 새로운 형태로 계속될지도 모르는데요. 그러나 지금 당장은, '에단 헌트'와 그의 팀이 선사하는 이 불가능한 여정을 스크린에서 만끽하는 게 관객에게 주어진 가장 즐거운 임무일 것입니다. ★★★★
2025/05/07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 영화 리뷰
- 제목 :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2025)
- 개봉일 : 2025. 05. 17.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69분
- 장르 : 액션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크리스토퍼 맥쿼리
- 출연 : 톰 크루즈, 헤일리 앳웰, 빙 라메스, 사이먼 페그, 헨리 제니 등
- 화면비율 : 2.39:1/1.90:1(IMAX 비율)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