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44]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리쿠'(나카지마 켄토)와 그의 첫사랑 '미나미'(미레이)는 대학에서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한다. 대강당에서 몰래 노래를 부르던 '미나미'의 모습에 첫눈에 반한 '리쿠'는 '미나미'의 첫 번째 팬이 되고, '미나미' 역시 '리쿠'의 판타지 소설 '청룡전기'의 첫 번째 독자가 된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깊은 사랑을 나누던 두 사람이지만, 8년 후 현실은 달라져 있다. '리쿠'는 인기 작가로 성공했지만, '미나미'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그의 곁에서 조용히 응원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
성공의 달콤함에 취한 '리쿠'는 점점 '미나미'를 소홀히 여기게 되고, 둘 사이에는 냉기가 감돈다. 그런 어느 날, '리쿠'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눈을 뜬다. 평행세계에서 '미나미'는 그를 전혀 모르는 인기 톱스타가 되어 있고, 자신은 평범한 출판사 편집자로 살아가고 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미나미' 앞에서 '리쿠'는 혼란에 빠지지만, 동시에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기 위한 간절한 여정을 시작한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리쿠'라는 캐릭터의 심리적 변화다. 성공한 작가로서의 자만심에 빠져 있던 그는 평행세계에서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 직면한다. 작품을 연출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사랑이란 감정이 어떻게 존재하고 지속되는지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바로 '리쿠'의 내적 성장 과정에서 구현된다.
성공이 가져다준 것은 명성과 부였지만, 동시에 그것은 '리쿠'를 방자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뒷바라지해준 '미나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미나미'의 존재 자체를 공기처럼 여기기 시작한 것. 이러한 심리는 현실에서 우리가 종종 마주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성취에 도취되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가치를 망각하는 순간들 말이다.
평행세계에서 모든 것을 잃은 '리쿠'는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사랑했던 것이 '미나미'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받아주고 지지해주던 '관계'였다는 것을.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상실의 경험이 그를 진정한 사랑으로 이끈다. 기억을 공유하지 않는 '미나미'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과정에서, '리쿠'는 사랑의 본질을 배워나간다.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이 복잡한 감정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과거의 기억은 따뜻한 색조로, 현재의 평행세계는 차갑고 신비로운 색감으로 대비시켜 감정적 변화를 강조했다는 감독의 설명처럼, 영화 전반에 걸쳐 색감과 조명의 변화가 인물들의 내적 상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두 주인공의 클로즈업 촬영은 인상적이다. "두 배우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작은 표정 변화 하나하나가 영화의 분위기를 결정짓는다"는 감독의 말처럼, 나카지마 켄토와 미레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바로 음악이다. 미레이가 직접 작사, 작곡한 주제가 'I still'은 영화의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완성하는 핵심 장치다. '네가 있어서 내가 있다'는 가사를 담은 'I still'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에도 그 감정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마음을 표현한 곡으로, 영화의 주제의식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물론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가 완벽하지는 않다. 평행세계라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그 세계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논리적 근거는 다소 부족하다. '미나미의 할머니'(후부키 준) 캐릭터도 판타지적 요소를 암시하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또한, '미나미'의 프로듀서 '테츠오'(마시마 히데카즈)는 서사적 비중이나 매력 면에서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리쿠'가 무고한 누명을 쓰는 서브 플롯 역시 영화의 서정적 분위기와는 다소 어긋나는 전개로 보인다. 이런 요소들은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들을 뛰어넘는 것이 바로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의 진정성이다. '리쿠'가 평행세계에서 '미나미'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단순한 재회 스토리가 아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이기심과 오만함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성장의 여정이다. "우리 인생에서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어긋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감정이 진짜라면, 우리는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사랑이 그저 감정의 영역을 넘어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
2025/05/15 CGV 용산아이파크몰
※ 영화 리뷰
- 제목 :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My Beloved Stranger, 2025)
- 개봉일 : 2025. 05. 22.
- 제작국 : 일본
- 러닝타임 : 122분
- 장르 : 멜로/로맨스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미키 타카히로
- 출연 : 나카지마 켄토, 미레이, 키리타니 켄타, 후부키 준, 마시마 히데카즈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