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와 작화, 모두 전력질주

[별세개반이상만 #60] <100미터.>

by 양미르 에디터


'토가시'(마츠자카 토리/타네자카 아츠미 목소리)는 학교에서 가장 빠른 아이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발이 빨랐고, 100미터를 달리면 언제나 1등이었죠.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이기는데도 재미가 없었던 것이죠.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뛰는 그 순간이, 왜 즐겁지 않은 걸까요? 어느 날 '토가시'는 이상한 아이를 발견합니다. 전학생 '코미야'(소메타니 쇼타/유우키 아오이 목소리)였죠. 달리는 폼도 엉망이고, 숨은 헐떡이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습니다.

이후 '토가시'는 '코미야'와 친구가 됐는데요. '코미야'는 '토가시'에게서 기술을 배웠고, '토가시'는 '코미야'에게서 '왜 달리는지'를 배웠죠. '코미야'는 "달릴 때만큼은 현실이 흐려져서 좋다"라고 말했고, 그 말이 '토가시'의 가슴에 박혔습니다. 몇 년이 흘러 전국 고등학교 대회. '토가시'는 육상 유망주가 됐지만, 슬럼프에 빠져 있었죠.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숨통을 조였는데요. 그러던 중 낯익은 얼굴 '코미야'를 발견합니다. 재능이 없다던 그 아이가 피나는 노력 끝에 일본 기록 경신을 꿈꾸는 선수로 돌아온 것이죠.

4726_4702_3756.jpg 사진 = 영화 '100미터.' ⓒ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100미터.>가 흥미로운 지점은 '토가시'와 '코미야'가 정확히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인데요. '토가시'에게 달리기는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럽죠. 노력하지 않아도 빠르고, 이기는 건 당연했는데요. 그래서 오히려 공허했죠. 무언가를 쉽게 얻으면 그 가치를 모른다는 말처럼, '토가시'는 달리기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는 이기지만, 왜 이기는지 알지 못했죠.


반면 '코미야'는 달리기에 재능이 없었습니다. 폼도 엉망이고 기록도 형편없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죠. 달릴 때만큼은 머릿속이 텅 비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전력 질주였습니다. '코미야'에게 달리기는 도피가 아니라 생존이었고, 그래서 '토가시'보다 절실했죠. 둘의 만남은 서로에게 결핍을 채워주는 관계였습니다. '토가시'는 '코미야'에게 기술을 줬고, '코미야'는 '토가시'에게 의미를 줬습니다.

4726_4703_387.jpg

하지만 '코미야'가 떠난 후, '토가시'는 다시 공허함에 빠지는데요. 계속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달리기는 다시 재미없는 의무가 됐습니다. 그사이 '코미야'는 또 다른 함정에 빠지는데요. 노력파의 숙명이죠. 기록을 세우고 인정받으면서, 그는 '증명'에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달리기는 현실을 잊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도구가 된 것이죠.

'코미야'의 목소리를 맡은 소메타니 쇼타는 "'코미야'의 인간적인 면모가 내게도 울림을 줬다"라고 밝혔는데, 아마 그 '인간적인 면모'란 노력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불안함,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두 사람은 똑같은 질문 앞에 서죠. "나는 왜 달리는가?" '토가시'는 재능 때문에, '코미야'는 노력 때문에 달렸지만, 어느 순간 둘 다 달리기 자체를 잃어버렸죠. 영화는 이 두 사람이 다시 트랙 위에 만나면서, 어릴 때 나눴던 그 순수한 즐거움을 되찾는 과정을 그립니다.

4726_4704_3818.jpg

<100미터.>를 연출한 이와이사와 켄지 감독은 "100미터 달리기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 자체가 도전"이었다고 말했는데요. 100m 경기는 10초면 끝나기 때문에, 감독은 달리기 '전후'에 집중했죠. 선수들이 트랙에 입장해서 몸을 풀고, 블록을 조정하고, 심호흡하는 순간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관중석도 텅 빈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준비하는 그 장면은 3분 40초짜리 원신원컷으로 촬영됐습니다. 전경과 배경을 합쳐 약 9,830개의 애니메이션 셀이 사용됐다고 하죠.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감독은 "10초 경기의 무게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답했을 것입니다. 저 10초를 위해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그 긴장감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말이죠. <100미터.>는 로토스코프 기법도 빛났는데요. 실사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추적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이 방식은, 달리는 선수의 표정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담아내죠.

4726_4705_3830.jpg

결국 <100미터.>는 이긴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달리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는 영화 속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아버지를 따라 육상을 시작했지만 허리 부상으로 좌절한 '니가미'(카사마 쥰 목소리), 5년 연속 일본 선수권에서 정상을 지켜온 '자이츠'(우치야마 코키 목소리), '자이츠'라는 벽을 넘지 못해 만년 2위로 기억되지만 멈추지 않는 '카이도'(츠다 켄지로 목소리)가 그랬죠. 이기기 위해서든, 증명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그냥 달리는 게 좋아서든, <100미터.>는 그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스토리텔링과 기술력 모두 전력을 다해서요. ★★★★


※ 영화 리뷰
- 제목 : <100미터.> (100 Meters, 2025)
- 개봉일 : 2025. 10. 8.
- 제작국 : 일본
- 러닝타임 : 106분
- 장르 : 애니메이션
- 등급 : 전체 관람가
- 감독 : 이와이사와 켄지
- 출연 : 마츠자카 토리, 소메타니 쇼타, 카사마 준, 타카하시 리에, 타나카 유키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혁명은 실패하지 않는다,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