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11] <프랑켄슈타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일곱 살 때 제임스 웨일 감독의 <프랑켄슈타인>(1931년)을 보며, 보리스 칼로프의 눈빛에서 "번개 같은 자각"을 경험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 순간부터 고딕 호러는 그의 종교가 되었고, 괴물은 그의 메시아가 되었다.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그로부터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품어온 집념의 결정체다. 20년 넘게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스튜디오와의 창작 자율성 문제, 작가 조합 파업, 주연 배우 교체 등 온갖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이 평생 사랑한 괴물을 스크린에 되살려냈다.
영화는 1857년 북극해의 얼어붙은 황무지에서 시작된다. 북극점을 향해 항해하던 덴마크 탐험선이 빙하에 갇혀 꼼짝없이 갇힌 상황. 선원들이 얼음을 깨는 동안, 그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썰매에 실려 온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오스카 아이작)이다. 그를 구출하자마자 거대한 형체 하나가 어둠 속에서 나타나 선원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후드로 얼굴을 가린 그 존재는 "'빅터', 그를 내게 넘겨라"라고 으르렁거린다. 이것이 창조주와 피조물의 마지막 추격전이다.
선장(라스 미켈슨)의 선실에서 '빅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첫 번째 챕터는 천재 과학자의 몰락을 그린다. 어린 시절, '빅터'(크리스천 컨버리)는 사랑스러운 어머니 '클레어'(미아 고스)와 냉혹한 외과의사 아버지 '레오폴드'(찰스 댄스) 사이에서 자란다. 어머니는 그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르쳤지만, 동생을 낳다 세상을 떠난다. '빅터'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고 믿으며 평생의 원한을 품는다.
성인이 된 '빅터'는 의과대학에서 죽은 조직을 전기로 되살리는 실험으로 의학계를 경악시킨다. 동료들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하며 쫓아내지만, 무기 제조업자 '하를란더'(크리스토프 왈츠)만은 달랐다. 그는 '빅터'에게 무제한 자금을 제공하며 외딴 스코틀랜드 해안의 거대한 급수탑을 실험실로 내준다. 크림 전쟁의 전장에서 수집한 시신들의 부위를 조합해, '빅터'는 마침내 자신의 피조물을 완성한다. 번개가 치는 폭풍우 밤, 십자가 형태의 장치에 묶인 거대한 인조인간이 번쩍이는 전기와 함께 숨을 쉬기 시작한다.
델 토로 감독은 이 탄생 장면을 성스러운 의식처럼 연출한다. 나체의 '빅터'가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처럼 욕조에서 뛰쳐나와 자신의 이론을 시험하는 모습, 그리고 '아들'이 처음으로 "빅터"라는 이름을 불렀을 때 창조주가 느끼는 황홀경. 하지만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크리처'가 '빅터'의 기대만큼 빠르게 학습하지 못하자, 그는 실망과 분노로 돌변한다. '빅터'는 '크리처'를 때리고 쇠사슬에 묶고 '그것'이라 부르며 학대한다.
두 번째 장은 관점을 완전히 전환한다. 실험실 화재에서 간신히 탈출한 '크리처'(제이콥 엘로디)는 세상을 떠돈다. 사람들은 그의 기괴한 외모를 보고 비명을 지르고 총을 쏜다. 하지만 숲속에서 그는 한 가난한 농가를 발견하고, 몰래 그들을 돕기 시작한다. 밤마다 장작을 패주고 우물물을 길어주는 '크리처'를 가족들은 "숲의 정령"이라 부른다. 그리고 시각장애인 할아버지(데이비드 브래들리)는 그를 받아들여 언어와 문학을 가르친다.
"친구"라는 단어를 처음 배운 '크리처'가 보이는 순수한 기쁨, 존 밀턴의 <실낙원>을 읽으며 자신의 존재론적 고통을 깨닫는 장면들은 제이콥 엘로디의 연기력이 빛나는 순간들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합성을 통해 저음의 울림을 더했지만,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은 오롯이 제이콥 엘로디 자신의 것이다. "나는 죽을 수도 없고, 혼자 살 수도 없다"라는 '크리처'의 절규는 불멸이라는 저주를 받은 존재의 비극을 압축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메리 셸리의 걸작은 내 영혼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질문들로 가득하다. 어른들은 이미 답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오직 괴물들만이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영화를 자신과 아버지, 그리고 자신과 자녀들의 관계에 대한 성찰로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복수가 아닌 용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상처받은 존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놓아주는 과정을 보여준 것.
결국, <프랑켄슈타인>은 "진정한 팬이 무제한 자본을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답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원작을 숭배하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았다. 메리 셸리의 텍스트에 충실하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년)에서 보여준 타자에 대한 사랑을 녹여내기도 했다. 또한, 제임스 웨일의 1931년 고전을 오마주하되, 21세기의 감수성으로 재해석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149분의 러닝타임은 분명 부담스럽고, 특히 첫 1시간은 '빅터'의 자기중심적 서사 때문에 더디게 느껴진다. 감정을 과도하게 조율하려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결점들은 영화가 가진 거대한 심장 앞에서 사소해진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영화의 외피를 쓴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이자, 창조의 윤리에 대한 철학적 우화이며, 무엇보다 사랑받지 못한 모든 존재들을 위한 진혼곡이다. 2시간 30분의 여정이 끝날 무렵, 관객은 깨닫는다. 델 토로 감독이 50년 동안 꿈꿔온 것은 괴물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괴물 안에 있는 인간을 발견하는 것이었다고. ★★★★☆
2025/09/20 CGV 센텀시티 IMAX
-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작
※ 영화 리뷰
- 제목 :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2025)
- 개봉일 : 2025. 10. 22.
- 제작국 : 미국, 멕시코
- 러닝타임 : 150분
- 장르 : SF, 공포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 출연 : 오스카 아이작, 제이콥 엘로디, 크리스토프 왈츠, 미아 고스, 펠릭스 카미러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