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툭하지만, 장애인 체육에 대한 진정성은 충분하다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23] <달팽이 농구단>

by 양미르 에디터
4815_4991_1010.png 사진 = 영화 '달팽이 농구단' ⓒ (주)삼백상회

<달팽이 농구단>은 솔직히 말해 세련된 영화가 아니다. 스포츠 영화가 으레 밟아가는 공식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방식도 익숙하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뭉툭하다'. 하지만 이 투박함 속에서 오히려 발견하게 되는 건, 휠체어 농구라는 낯선 세계를 향한 제작진의 진심이다. 7개월간 배우들이 감내한 훈련, 실제 프로 선수들과의 호흡, 그리고 장애인 체육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격렬한 스포츠'로 담아내려는 시선. 영화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진정성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이상우'(박호산)는 1980년대 프로농구 1세대 스타였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뒤로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던 그에게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이 찾아온다. 수술 후 코트로 돌아가는 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그때 농구협회가 제안한 자리가 제약회사 실업팀 감독직이었다. 그런데 이 팀이 예사롭지 않다. 바로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승리해 본 적 없는 휠체어 농구단이었다. '상우'는 회의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에게 휠체어 농구는 '진짜 농구'가 아니었다. 익숙한 코트 위 질주와 점프가 아니라, 휠체어라는 낯선 도구가 개입된 변형 경기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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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선택지를 주지 않는다. '상우'는 어떻게든 이 팀의 첫 승을 따내야 한다는 목표 하나로 버틴다. 프로농구 최고 스타였던 '최명'(박경서)을 영입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최명'은 안하무인 성격의 천재 플레이어지만, 개인 사정으로 휠체어 농구단에 합류하게 된다. '상우'는 '최명'이라는 카드 하나로 판을 뒤집으려 한다. 하지만 팀 내부의 갈등, 서로 다른 장애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팀워크의 부재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상우'가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선수 개개인의 사정을 들여다보고, 비장애인 농구와 휠체어 농구의 본질적 차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상우'는 비로소 '감독'이 된다. 고은기 감독이 휠체어 농구를 영화화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지인이 사고로 휠체어 농구 선수가 되었고, 그 친구의 권유로 경기장을 찾았을 때 감독이 목격한 건 예상과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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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끼리 격렬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영화 <벤허>(1959년)의 전차 경주 같았다고 한다. 그 순간 감독은 깨달았다. 이건 '장애인을 위한 배려 스포츠'가 아니라,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격투기에 가까운 경기라는 것을. 이 인식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이 지향점은 분명하지만, 영화가 그 의도를 온전히 구현해 냈는가 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 영화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다 보니 예측할 수 있는 전개가 이어지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장면들도 다소 도식적이다.

'상우'가 팀원들과 동네를 한 바퀴 도는 훈련 장면, 서로를 이해하며 결속을 다지는 과정, 그리고 마침내 코트 위에서 폭발하는 열정까지. 이 모든 순서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바로 이 '뭉툭함' 때문에 역설적으로 영화가 얻는 것도 있다. 과도하게 세련되거나 감상적으로 포장하지 않기에, 휠체어 농구 그 자체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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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실제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김종성 배우는 프로 선수로서도 배우들의 열정에 놀랐다고 말한다. 겨울철 쇠로 된 휠체어 바퀴는 차갑고 무겁다. 움직이는 것조차 고통스러운데, 비장애인 배우들이 그 고통을 묵묵히 견디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격투기 선수 출신인 육진수조차 "휠체어 농구 촬영이 매우 힘들었다"라고 토로했을 정도니, 이 스포츠가 얼마나 강한 피지컬을 요구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달팽이 농구단>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휠체어 농구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뛰는 '통합 스포츠'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를 설명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그냥 코트 위에서 함께 땀 흘리고,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담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장애의 유무가 아니라, 스포츠맨으로서의 열정과 의지를 목격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고은기 감독이 의도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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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화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아니다. 상우가 초반에 보이는 회의적 태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 같은 요소들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주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편견을 깨고 나아가는 인물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상우'가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휠체어 농구만의 전략과 호흡을 파악 해가는 과정은 감독 개인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관객의 시선 변화를 유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

2025/10/31 CGV 용산아이파크몰

※ 영화 리뷰
- 제목 : <달팽이 농구단> (Go Snails, 2025)
- 개봉일 : 2025. 11. 12.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118분
- 장르 : 드라마, 액션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고은기
- 출연 : 박호산, 박경서, 서지석, 이노아, 허건영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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