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쫓아낸 '주토피아', 전편만 못해도 여전히 필요해

[별세개반이상만 #70] <주토피아 2>

by 양미르 에디터

9년 만에 돌아온 디즈니의 간판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는 전편이 던진 질문을 한 단계 더 밀어붙입니다. 2016년 첫 작품이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이번엔 "편견을 극복했다고 믿는 사회는 정말 편견에서 자유로운가"를 묻죠. 그리고 그 답은 씁쓸합니다. '주토피아'는 여전히, 어쩌면 더욱 교묘하게, 누군가를 배제하며 작동하고 있었죠.

영화는 전편의 사건으로부터 1주일 후를 배경으로 합니다. 토끼 경찰 '주디 홉스'(지니퍼 굿윈/전해리 목소리)와 여우 출신 사기꾼에서 경찰로 변신한 '닉 와일드'(제이슨 베이트먼/정재헌 목소리)는 이제 공식 파트너죠. 하지만 둘의 호흡은 삐걱거립니다. '주디'는 모든 사건에 세상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듯 덤벼들고, '닉'은 그런 '주디'를 말리느라 지쳐가죠. '보고' 서장(이드리스 엘바/한복현 목소리)은 둘을 '파트너 위기 상담 세션'에 보내는데요. 쿼카 상담사 '퍼즈비' 박사(퀸타 브런슨/이은지 목소리)는 '주디'의 강박적 완벽주의와 '닉'의 회피적 냉소주의를 짚어냅니다.

4858_5131_046.jpg 사진 = 영화 '주토피아 2'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러던 중 '주디'는 범죄 현장에서 파충류의 흔적을 발견하는데요. '주토피아' 건설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링슬리' 가문의 기념 연회에서, 둘은 푸른 살모사 '게리'(키 호이 콴/전태열 목소리)와 마주합니다. '게리'는 '주토피아' 기후 장벽 건설의 비밀이 담긴 '링슬리' 가문의 '연구 일지'를 훔쳐 달아나죠. '주디'와 '닉'은 '게리'를 쫓지만, 오히려 둘이 공범으로 몰리며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주디'와 '닉'은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죠.


"뱀은 악당이 아니다. 내가 오해를 바로잡을 것"이라는 '게리'의 말은 <주토피아 2>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뱀만큼 부정적 이미지를 뒤집어쓴 동물도 드물죠. <성경>의 '창세기'에서 '이브'를 유혹해 인류를 '에덴'에서 추방한 존재가 뱀인데요. 이후 서구 문화권에서 뱀은 교활함, 배신, 사악함의 상징으로 고착됐죠. <주토피아 2>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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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는 독을 품은 살모사이기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종입니다. 하지만 '게리'는 선량하고, 소심하며,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존재죠. '게리'는 포유류의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너무 잘 알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려 합니다. 영화는 '게리'를 통해 혐오받는 존재가 자기 증명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죠.

이런 <주토피아 2>의 날카로운 통찰은 '주토피아'라는 이민자 도시의 역설을 폭로하는 데 있는데요. '링슬리' 가문도 원래는 이방인이었죠. 그들의 조상인 '에비니저' 역시 어디선가 '주토피아'로 건너온 정착민이었는데요. 하지만 '에비니저'는 기술을 훔치고 범죄를 날조해 자신의 자리를 확보했죠. 그리고 파충류 전체의 문을 영구히 닫아버렸습니다. <주토피아 2>가 포착한 냉정한 진실은 바로 이것인데요. 이민자 사회에서 배제는 외부인이 아니라 내부인에 의해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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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현실은 더 잔혹하죠. 17세기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한 청교도들의 후손이 21세기에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습니다. 2차대전 후 박해를 피해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한 유대인들이 이제 팔레스타인 난민을 가자지구에 가두죠. 역사의 아이러니는 반복됩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추방당했던 자는 추방하는 자가 되죠.

여기에 '주토피아' 시민들은 뱀의 위험성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거짓이 100년을 살면 진실이 되기 마련이고, 누구도 연구의 원본을 확인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누구도 '스네이크' 가문의 후손에게 해명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승자가 쓰고, 승자의 이야기만 살아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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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2>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메커니즘도 정확히 포착하는데요. '링슬리' 가문은 '툰드라 타운' 확장을 명분으로 '습지 마켓'을 매입하려 합니다. 파충류와 반수생 동물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터전을 '낙후 지역'으로 규정하고,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내려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배우 출신 시장이 있는 '주토피아' 정부는 '링슬리' 가문 편에 섭니다. 권력과 자본의 결탁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민낯이죠.

물론, <주토피아 2>는 진지한 주제의식 속에서도 영화적 유희를 놓치지 않습니다. 인상적인 장면은 '링슬리' 저택의 설원 미로 추격 장면인데요. 바로,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1980년) 오마주입니다. '잭 토렌스'(잭 니콜슨)가 도끼를 들고 미로를 헤매던 그 장면을 동물 세계로 옮겨와, 카메라 앵글, 음악, 긴장감의 리듬까지 정교하게 재현했죠. 어린이 관객은 짜릿한 추격전으로, 어른 관객은 영화사의 명장면에 대한 경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중 구조입니다. 진짜 '양'이 등장하는 <양들의 침묵>(1991년) 패러디는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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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자사 IP에 대한 메타적 유머도 돋보이는데요. 주방에 쥐 요리사 '레미'가 잠깐 등장하는 <라따뚜이>(2007년), 프라이팬을 사용하는 <라푼젤>(2010년) 캐릭터의 오마주가 그러합니다. DVD 해적판 상인의 "프리퀄, 시퀄, 리부트를 통해 영화 산업은 몰락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속편 남발에 대한 디즈니의 자기반성적 유머죠.

한편, 전편이 '주디'와 '닉'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다면, <주토피아 2>는 이해했다고 믿었던 두 존재가 여전히 얼마나 다른지를 확인하는 여정인데요. '주디'와 '닉'의 갈등은 종의 차이에서 오죠. 토끼는 집단으로 움직이는데요. 굴 속에서 수십 마리가 함께 자라고, 위험이 오면 무리를 지어 도망치죠. '주디'가 팀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건 본능입니다. 여우는 홀로 사냥하죠. 새끼조차 1년이면 홀로서기를 하는데요. '닉'이 '주디'의 무모함을 말리는 건 이기심이 아니라 생존전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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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2>는 이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둘은 충돌하고, 헤어지고, 각자의 방식이 틀렸음을 깨닫죠. '주디'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파트너를 희생할 수 있다고 믿었죠. '닉'은 살아남는 게 먼저라고 믿었습니다. 다시 만난 둘은 달라져 있죠. '주디'는 묻는 법을 배웠고, '닉'은 함께 뛰는 법을 배웠습니다. 영화는 둘의 관계를 명명하지 않죠. 우정인가, 사랑인가. 토끼와 여우 사이에 로맨스가 가능한가. 하지만 관계의 이름보다 중요한 건 이것인데요. 둘은 이제 서로의 다름을 지우지 않고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주토피아 2>는 전편만큼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첫 작품은 동물 메트로폴리스라는 설정 자체가 혁신이었고, '나무늘보 장면' 같은 전설적 순간들이 있었죠. 그럼에도 <주토피아 2>는 속편으로서 제 몫을 합니다. '링슬리' 가문을 통한 계급과 권력 비판은 전편보다 날카롭죠. 이민자가 세운 나라를 다른 이민자가 파괴하려는 세상. 그 우화는 2025년 지금,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요. 당신이 이런 깊이를 원하든, 팝콘 영화의 가벼움을 원하든, <주토피아 2>는 기대에 부응할 것입니다. ★★★★

2025/11/26 CGV 영등포타임스퀘어 IMAX

※ 영화 리뷰
- 제목 : <주토피아 2> (Zootopia 2, 2025)
- 개봉일 : 2025. 11. 26.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08분
- 장르 : 애니메이션
- 등급 : 전체 관람가
- 감독 : 재러드 부시, 바이론 하워드
- 목소리 출연 : 지니퍼 굿윈, 제이슨 베이트먼, 키 호이 콴, 포춘 핌스터, 앤디 샘버그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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