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보여주는 뮤지션 부부의 삶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42] <송 썽 블루>

by 양미르 에디터
4963_5440_2410.jpg 사진 = 영화 '송 썽 블루' ⓒ 유니버설 픽쳐스

닐 다이아몬드의 음악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커버 밴드를 결성하고, 사랑에 빠지고, 성공을 맛보다 예기치 못한 비극을 겪는다. 크레이그 브로워 감독의 <송 썽 블루>는 2008년 그렉 코스 감독의 동명 다큐멘터리를 극영화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실존 인물 마이크 사디나와 클레어 스팅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1990년대 밀워키에서 '라이트닝 & 썬더'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부부 뮤지션의 찬란하고도 가슴 아픈 여정을 그린다.


'마이크'(휴 잭맨)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이자, 20년간 단주를 지켜온 알코올 중독자다. 정비공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밤이면 무대에 서는 그는 자신을 '라이트닝'이라 부르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맡는 공연은 대부분 돈 호나 엘비스를 흉내 내는 일이고,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마이크'는 이런 현실에 좌절한다. 어느 날, 공연장 백스테이지에서 그는 패트시 클라인 모창 가수로 무대에 서는 '클레어'(케이트 허드슨)를 만난다. 싱글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미용사로 일하는 '클레어' 역시 음악이 삶의 유일한 탈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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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첫 만남은 즉각적인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클레어'의 집 거실에서 즉흥적으로 닐 다이아몬드의 'Play Me'를 함께 부르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이 순간 음악적 파트너십과 낭만적 끌림이 동시에 발화한다는 걸 크레이그 브로워 감독은 시각적으로 포착한다. '클레어'는 '마이크'에게 제안한다. "닐 다이아몬드 모창자가 아니라 '해석자'가 되는 거야." 이 한 마디가 마이크의 인생을 바꾼다.

그는 '라이트닝'으로, '클레어'는 '썬더'로 듀오를 결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해 가족을 이룬다. '클레어'의 10대 딸 '레이첼'(엘라 앤더슨)과 어린 아들 '데이나'(허드슨 헨슬리), '마이크'의 10대 딸 '안젤리나'(킹 프린세스)까지, 이들의 혼합 가족은 음악을 중심으로 결속한다. '라이트닝 & 썬더'는 밀워키 지역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는다. 허름한 바와 카지노를 전전하던 그들은 마침내 펄 잼의 '에디 베더'(존 벡위스)로부터 오프닝 공연 제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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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펄 잼의 밀워키 공연에서 '라이트닝 & 썬더'는 실제로 무대에 섰고, 에디 베더는 그들과 함께 'Forever in Blue Jeans'을 불렀다. 영화는 이 순간을 부부에게 찾아온 최고의 성취로 그린다. 하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 직후, 예고 없는 비극이 '클레어'를 덮친다.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정원을 가꾸던 '클레어'에게 통제를 잃은 차량이 돌진하고, '클레어'는 한쪽 다리 일부를 잃는다. 이후 영화는 우울증과 약물 의존, 경제적 압박과 신체적 고통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클레어'와 그런 '클레어'를 지탱하려는 '마이크'의 사투를 따라간다.

<송 썽 블루>가 작동하는 건 오로지 두 주연 배우 덕분이다. 휴 잭맨은 <레미제라블>(2012년)과 <위대한 쇼맨>(2017년)을 통해 이미 뮤지컬 영화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 여기서 그는 닐 다이아몬드의 낮게 울리는 바리톤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면서도, 무대 위의 카리스마와 무대 밖의 평범한 가장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반짝이 셔츠를 입고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Brother Love's Traveling Salvation Show'를 부르는 '마이크'는 쇼맨이지만, 집에서 속옷 바람으로 기타를 치다 사타구니 근육을 다치는 '마이크'는 그저 중년의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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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썽 블루>의 진짜 심장은 케이트 허드슨이다. <올모스트 페이머스>(2000년) 이후 25년간 로맨틱 코미디에 갇혀 있던 케이트 허드슨은 자신이 얼마나 깊이 있는 배우인지를 증명한다.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의 얼굴은 환하게 빛나지만, 사고 이후 진통제에 의존하며 무너져 내리는 장면에서 케이트 허드슨은 날것의 취약함을 보여준다. 83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건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는 영화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송 썽 블루>는 전형적인 음악 바이오픽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만남, 결합, 상승, 추락, 재기. 이 익숙한 궤적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크레이그 브로워 감독은 '클레어'의 사고 이후 영화의 톤을 지나치게 급격하게 전환한다. 전반부의 경쾌함은 사라지고, 후반부는 끝없는 고난의 행진이 된다. 마치 이 부부가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불행이 연속적으로 쏟아진다. 감독은 "작은 무대의 노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다시 움직이게 하는가"를 질문하고 싶었다고 밝혔지만, 영화는 그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기보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 더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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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송 썽 블루>에는 가치가 있다. 이 영화가 포착하는 건 스타덤이 아니라 생존이다. '마이크'와 '클레어'는 절대 유명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가장 큰 성취는 밀워키의 리츠 극장을 가득 채우는 것이고, 가장 행복한 순간은 타이 레스토랑의 노래방에서 단골손님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이다. 브로워 감독은 이 소박한 꿈을 비웃지 않는다. 대신 그는 무대 위에서만 온전해지는 사람들, 노래하지 않으면 숨 쉴 수 없는 사람들의 존엄을 존중한다.

<송 썽 블루>는 결국 닐 다이아몬드의 음악이 갖는 힘에 대한 헌사다. 촌스럽고 감상적이며 전혀 쿨하지 않은 음악.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야구장에서 '스위트 캐롤라인'을 부르는 것이 아닐까. '마이크'는 다이아몬드를 모창하는 게 아니라 해석한다고 주장하지만, 어쩌면 진짜 해석은 그 음악을 듣는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힘든 하루를 견디고, 청구서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럼에도 다시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사람들. '라이트닝 & 썬더'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다. ★★★

2026/01/07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 영화 리뷰
- 제목 : <송 썽 블루> (Song Sung Blue, 2025)
- 개봉일 : 2026. 01. 14.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32분
- 장르 : 드라마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크레이그 브로워
- 출연 : 휴 잭맨, 케이트 허드슨, 마이클 임페리올리, 피셔 스티븐스, 제임스 벨루시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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