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45] <하트맨>
로맨틱 코미디가 관객에게 약속하는 것은 명확하다. 설렘과 웃음, 그리고 해피엔딩. <하트맨>은 그 약속을 성실히 지킨다. 최원섭 감독과 권상우가 <히트맨> 시리즈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장르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관객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안정감을 보여준다. 대학 시절 록밴드 '앰뷸런스'의 보컬이었던 '승민'(권상우)은 공연장에서 첫사랑 '보나'(문채원)를 위한 노래를 부르려던 순간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관객을 앰뷸런스에 실려 보내겠다는 밴드명의 야심 찬 포부와 달리, 정작 앰뷸런스에 실려간 건 '승민' 본인이었다. 창피한 기억과 함께 '보나'는 이민을 떠났고, '승민'의 청춘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15년이 흐른 뒤, 이제 악기 판매점을 운영하며 이혼 후 9살 딸 '소영'(김서헌)과 살아가는 '승민' 앞에 '보나'가 다시 나타난다. 시간이 멈춘 듯 여전히 아름다운 '보나'를 보며 '승민'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로맨스에는 치명적인 복병이 있다. '보나'는 "노키즈"를 선언하는 사람이다. 아이와의 삶을 원하지 않는 '보나' 앞에서, '승민'은 딸의 존재를 숨기기로 한다. 앰뷸런스를 함께 한 친구 '원대'(박지환)의 집에 딸을 맡기고, 집안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딸이 갑자기 나타나면 "동생"이라 둘러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된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상황은 점점 복잡해진다. 여기에 '소영'이 진실을 알게 되면서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최원섭 감독은 이 작품을 준비하며 밝고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하트맨>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히트맨> 시리즈가 애드리브 중심의 B급 감성이었다면, <하트맨>은 보다 정제된 접근을 택한다. 감독의 의도는 화면 곳곳에서 감지된다. 과장된 몸개그 대신 상황의 아이러니에서 웃음을 끌어내고, 인물들의 표정과 반응으로 코미디를 완성한다. 99분의 짧은 러닝타임은 이런 선택의 결과물이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리듬감에 집중한 편집은, 관객이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권상우에 대한 최원섭 감독의 신뢰는 각별하다. 감독은 '승민'이라는 캐릭터를 구현할 배우로 처음부터 권상우만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그 믿음은 스크린에서 그대로 증명된다. 첫사랑 앞에서 다시 서툴러진 중년 남자의 모습을, 권상우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려낸다. 딸바보 아빠에서 '보나' 앞에서 설레는 남자로, 다시 거짓말이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사람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배우 경력 20년 넘게 쌓아온 내공이 빛나는 순간들이다.
문채원의 합류도 <하트맨>의 큰 행운이다. 첫사랑 역할도, 코미디 연기도 처음이라며 부담을 토로했던 문채원이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건 그 걱정이 기우였음을 증명한다. '보나'는 흔히 상상하는 수동적인 첫사랑 캐릭터가 아니다.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스킨십도 주저하지 않는 적극적인 여성이다. '보나'가 먼저 다가가고, '승민'이 당황하는 구도. 이 신선한 설정은 문채원의 연기로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발견은 김서헌이다. 9살 '소영' 역을 맡은 김서헌은 극의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해 영화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놀라운 건 '소영'이라는 캐릭터의 선택이다. 보통의 아동 영화라면 아빠의 거짓말에 상처받고 우는 장면을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영'은 다르게 반응한다. '보나'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아빠를 돕기 위해 스스로 거짓말에 동참한다. "오빠"라고 부르고, '보나' 앞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이 똑똑하고 당찬 아이의 모습은, 김서헌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만나 영화의 백미가 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완벽한가? 그렇지는 않다. <하트맨>이 보여주는 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교과서적 완성도지, 그 이상은 아니다. 딸의 존재를 숨긴다는 설정이 갖는 윤리적 질문들은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보나'가 왜 "노키즈"가 됐는지에 대한 배경도 충분히 탐구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지점이 <하트맨>을 부정할 이유는 크게 되지 않는다. <하트맨>은 자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거대한 주제 의식이나 깊은 메시지를 담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로맨틱 코미디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성실하게 전달한다. 99분 동안 피식피식 웃다가, 마지막엔 따뜻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서게 만든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관객이라면, <하트맨>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
2026/01/08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 영화 리뷰
- 제목 : <하트맨> (Heartman: Rock and Love, 2026)
- 개봉일 : 2026. 01. 14.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100분
- 장르 : 코미디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최원섭
- 출연 : 권상우, 문채원, 김서헌, 박지환, 표지훈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