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46] <튜즈데이>
불치병에 걸린 10대 소녀 '튜즈데이'(롤라 페티그루)는 매일 침대에 누워 간호사의 방문을 기다린다. 학교도, 친구도 없는 '튜즈데이'의 일상은 고통스러운 호흡과 엄마의 부재로 채워진다. 엄마 '조라'(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는 딸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집안의 물건들을 팔아치우며 거리를 배회한다. 직장도 잃고 경제적으로 파탄 난 상태지만, 정작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인다. 다가올 이별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튜즈데이' 앞에 녹슨 붉은색 깃털의 마코 앵무새가 나타난다. 세월의 때가 켜켜이 묻은 이 새는 자신을 '죽음'(아린제 케네 목소리)이라 소개하며, 지구상 모든 생명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하는 임무를 지녔다고 말한다. 하지만 '튜즈데이'는 다른 이들처럼 공포에 떨거나 애원하지 않는다. '튜즈데이'는 농담을 건네고, 패닉 상태에 빠진 '죽음'을 진정시키며, 심지어 더러운 깃털을 씻겨준다. 수천 년 동안 저주와 원망만 들어온 '죽음'에게 이는 충격적인 경험이다.
'튜즈데이'는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시간을 요청하고, '죽음'은 처음으로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준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조라'는 딸의 말을 외면하고, 급기야 '죽음'을 공격해 삼켜버린다. 그 순간부터 세상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데이나 오. 푸시치 감독의 장편 데뷔작 <튜즈데이>는 죽음을 앵무새로 형상화한다는 대담한 선택으로 출발한다. 서구 문화권에서 죽음은 검은 망토를 두른 사신이나 낫을 든 해골로 그려져 왔다.
하지만 푸시치 감독은 오랜 시간 홀로 일해온 지친 새를 선택했다. 이는 죽음을 공포의 상징이 아닌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외로운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로 재해석한 것이다. 감독은 "죽어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이해하려면 엄청난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영원히 죽이고 죽이는 동작을 반복하면 감정적으로 둔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보여주는 은유의 층위는 생각보다 풍부하다. '조라'가 '죽음'을 삼키는 행위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신의 섭리조차 뱃속에 가두려는 광기의 시각화다. 그 결과 세상에는 죽지 못하는 자들이 넘쳐난다. 고통받는 환자들은 영원히 신음하고, 부패한 생명체들이 무한히 증식하며, 세계는 생지옥으로 변한다. 끝없는 삶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된다. 영화는 역설적으로 죽음이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끝이 있기에 현재가 소중하고, 이별이 있기에 만남이 값진 것이다.
물론, <튜즈데이>가 보유한 111분의 러닝타임은 단순한 우화를 담기에 다소 길게 느껴진다. 초자연적 요소들에 지나치게 많은 스크린 타임을 할애하면서 정작 모녀 관계의 섬세한 결을 충분히 탐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영화 중반 이후 '죽음'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 매몰되면서 초반의 시적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순간들도 있다.
그럼에도 <튜즈데이>가 지닌 가치는 분명하다. 영화는 죽음을 터부시하는 현대 사회에 죽음이야말로 삶을 온전하게 만드는 필수 요소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사랑하는 이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놓아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푸시치 감독은 "삶은 언젠가 끝나기에 소중하다. 죽음은 우울하고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삶의 아름다움과 힘, 그리고 가치를 선물한다"라고 언급했다.
영화라는 매체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방식이 있다. 문학이나 연극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시각적 은유와 판타지적 상상력을 통해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경험으로 전환하는 힘. <튜즈데이>는 바로 그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대담하고, 때로 어색하지만 진솔하며, 낯설지만 필요한 영화. 상실을 경험했거나 곧 경험할 모든 이들에게 <튜즈데이>는 쓰디쓴 약이지만 결국 도움이 되는, 그런 치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 영화 리뷰
- 제목 : <튜즈데이> (Tuesday, 2023)
- 개봉일 : 2026. 01. 14.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10분
- 장르 : 드라마, 판타지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데이나 오. 푸시치
- 출연 :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 롤라 페티그루, 아린제 케네, 레아 하비, 엘리 제임스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